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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우리의 아버지(Our Father)』

감상/영화

by mizu-umi 2023. 5. 1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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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유

 

넷플릭스에서 다큐 시리즈를 보기 시작하면서 계속 추천에 떴지만 볼까 말까 여러모로 벼르던 영화였다. 평소처럼 밥을 먹으면서 뭔가를 보려고 넷플릭스를 들어갔다가 이번에 한번 보자는 생각에 보기 시작했다. 식사 중이었는데 너무 충격적인 이야기에 속이 메스꺼워졌다. 여러 범죄실화 다큐를 봤지만 나는 신이다에 버금가는 이야기였다.

 


 

처음 이 다큐의 시놉시스만 봤을 때는 정자 기증이 그렇게 문제가 될 게 있나 싶었다. 하지만 이 정자 기증자가 바로 시술자(=산부인과 의사)라는 걸 안 순간, 엄청나게 끔찍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모든 일의 시작은 저코바의 의문에서 시작된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이나 친척들과 전혀 닮지 않은 자신을 보며 의문을 가진 저코바는, 자신이 정자 기증으로 태어난 아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전부터 형제자매가 있기를 바라던 그는 자신의 시술을 진행해 준 의사 도널드 클라인까지 찾아갔다. 이때 클라인은 기록이 소멸되어 없다며 저코바의 요청을 거절했다.

 

그렇게 2014년, 한국에서도 한동안 핫했던 23andMe가 출시되면서 저코바도 DNA 테스트를 해보게 된다. 결과적으로 그는, 자신에게 한두 명이 아닌 5명이 넘는 형제자매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분명히 3번 이상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는데 어째서? 이유를 찾아보던 저코바는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한다. 바로 모친의 시술을 진행한 클라인 박사가 자신의 친부란 사실이었다.

 

저코바 발라드

 

영화 속에서 형제자매의 숫자가 상상 이상의 숫자로 바뀌어가는 걸 보면서 경악했다. 그저 아이를 간절히 바랐을 뿐이었던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낳은 아이가 자신에게 시술을 한 의사의 아이기도 하단 사실이 얼마나 충격적이었을지. 증언을 하는 사람들이 괴로워서 우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근간이 흔들리는 경험이 얼마나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운지 간접체험했다.

 

클라인 박사가 환자들에게 행한 일은 신체적 접촉이 없었을 뿐 준강간 아닌가 싶었다. 매트의 어머니가 '15번이나 강간당했네'라고 말하는 걸 보고 착잡했다. 가뜩이나 산부인과 쪽에 여자의사가 굉장히 적었던 70~90년대 사이,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을 차치하고 자신의 음부를 남자의사에게 보여주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간절한 사람들의 마음을 악용한 것이라 매우 화가 났다.

 

그리고 더 화가 났던 건 이런 불법 시술을 처벌할 방법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다. 저코바가 원칙상 세 번 임신이 되면 더 이상 쓰면 안 되는 정자를 한 의사가 자기 멋대로 환자에게 시술했다는 점에서 검찰에다가 수사 요청을 여러 번 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대응이 없었고 수많은 신문사 중에서도 단 한 곳만 이 이야기를 취급해 주었다. 분명히 준강간임이 다름없는데 강간으로 처벌할 수 있는 증거나 법이 없다는 게 기가 찼다. 미국이 아무리 앞서가는 나라라고 해도 법의 허점이 있음을 깨달았다. (이전에 봤던 『우리 어머니의 죄』가 생각나기도 한다)

 

형제자매가 더 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에 꾸준히 그들을 찾아서 연락하고 또 그들의 마음을 쓰다듬어주는 저코바를 보면서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것처럼 저코바의 용기 덕분에 클라인처럼 자신의 정자를 마구 사용한 44명의 의사가 발각되었다. 여전히 비슷한 피해자들과 연대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피해자들이 이 일로 좌절하지 않고 힘낼 수 있기만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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