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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모럴센스』

감상/영화

by mizu-umi 2022. 3. 2.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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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스포 있음

 

스틸컷이 공개되면서부터 엄청나게 관심을 가졌던 영화다. 한국에서 B.D.S.M.을 다룬 작품이, 그것도 상업영화로 나온다니?! 음지에서 다뤄지던 문화를 상업영화에서는 어떻게 다룰지 궁금했다.

 

처음에는 오리지널 스토리로 만들어지는 영화인 줄 알았으나 나중에야 웹툰 원작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웹툰이 얼마나 인기를 끌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새로운 이야기보다는 기존에 있는 이야기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해당 장르를 최대한 조심스럽게 다뤘다는 생각도 들었다.

 

 

[모럴 센스]에서 다룬 B.D.S.M.은 Bondage Discipline(Dominance) Submission(Sadism) Masochism 을 줄여서 부르는 말로 지배와 복종을 즐기는 성적 취향을 가리킨다. 한 번이라도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다면 B.D.S.M.을 이해하는 건 더 쉬울 것인데 백만장자인 그레이 씨가 남들에게 감추고 있는 그림자가 바로 이 B.D.S.M. 취향이다.

 

본 작품은 [50가지 그림자 시리즈]처럼 B.D.S.M.이나 섹슈얼한 관계를 전면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문화이다 보니 그에 대해 소개하고 설명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B.D.S.M.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더라도 거부감이 들지 않게 소프트하면서도 알려줄 건 다 알려주려고 노력한 게 눈에 보인다.

 

그리고 B.D.S.M.의 긍정적인 면뿐 아니라 부정적인 면도 보여주려고 한다. 예를 들어 B.D.S.M.과 연애를 병행하는 건 쉽지 않다던가 플레이를 즐기려고 만나는 사람 중에 섹스만 노리고 오는 변바(변태 바닐라, 바닐라는 B.D.S.M. 성향이 없거나 즐기지 않는 사람을 의미)들이 있다는 것도 보여준다. 다만, 주인공 두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로맨스 코미디에 가깝다 보니 두 사람은  쉽지 않다는 연애를 하는 관계로 발전하고 변바들에 대해서도 무게 있게 다뤄지지 않는 점은 아쉽다. 

 

그 밖에도 직장 내에서 일어나는 성희롱이나 젠더 감수성, 그리고 그 밖의 소수자들에 대해서도 조금씩 다룬다. 예를 들어 주인공인 지우가 교육용 콘텐츠 제작에 동성애 혐오발언을 한 사람은 안된다고 주장한다든가, 팀장이 시도 때도 없이 하는 성희롱이라든가. 작감이 하고 싶은 말을 영화 곳곳에서 조금씩 얼굴을 비춘다.

 

 

등장인물들에게 있어 B.D.S.M. 플레이는 성장을 위한 거름(?)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을 다 드러냈다가 상처를 입은 지후가 그 상처를 극복하는 것도, 인간관계에 지쳐 있던 지우가 그 스트레스를 날리고 더 굳건해져 가는 것도 서로가 함께 하는 플레이를 통해서다. B.D.S.M.이 가학적이거나 지배와 복종에 있는 관계라고 하더라도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관계라는 점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서사였다고 생각한다. 특히, 두 사람이 사무실을 개박살 내는 장면은 너무 통쾌했다.

 

이 영화의 가장 좋은 점은 여성의 성적 욕망을 주도적으로 보여주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여주인공인 지우는 지후를 통해 사람을 제어하고 지배하고 하는 자신의 새로운 모습에 눈을 뜨자마자 그를 향해서 두려움 없이 뛰어든다. 여성의 성적 자기주장권에 대해 매우 인색한 한국에서 지우 같이 주도적인 인물이 나왔다는 건 뜻깊다고 생각한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지금까지 전혀 해본 적 없는 새로운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연기하는 인물에 충실하려고 노력한 게 눈에 들어왔다. 배우들의 연기가 작품을 더 빛나게 했다고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 SNS에서는 해당 영화의 오픈과 더불어 여러 갑론을박이 오고 갔다. 특히, 음지의 문화를 양지로 가져오는 것이 과연 옳은가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했다.

 

개인적으로는 음지의 문화를 양지로 가져오는 것에 대해 찬성한다. 사람들에게 알려짐으로써 그에 대한 많은 의견이 오고 갈 수 있어지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아래의 장면을 들 수 있다.

 

 

극 중 지우가 자주 가는 카페 사장님이 플레이를 위해 만난 남자에게 겁탈을 당할 뻔하다가 주인공들에 의해 구출되는 과정에서 자신이 고소하고 싶어도 고소할 수 없는 상황에 분개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초반에 지우가 지후에게 말한 것처럼 지후나 카페 사장님의 취향은 '개인의 취향'이자 '사생활'일뿐이다. 그리고 쌍방이 합의한 관계라면 그에 대해 남이 왈가왈부할 수 없다. 하지만 만약 이 과정에서 합의가 없이 착취만 벌어진다면 그를 보호해줄 수 있는 장치도 충분히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위와 같은 의견을 말하는 것도 결국 수면 위로 빙산의 일각이라도 드러나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양지로 가져오는 만큼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대해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영화에 대한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로맨스 코메디물로 다뤄서 그런지 깊이가 없고 특별히 기억에 남는 메시지도 없다. 극 중 빌런처럼(?) 등장하는 지후의 전 여자 친구를 묘사한 방법도 아쉬움을 남긴다.

 

찾아본 후기 중에 소수의 취향을 상업화해놓고 오히려 그들을 배제한 건 아니냐는 평이 있었다. 확실히, 두 사람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당당하게 취향을 인정받는 것보다는 너네는 뭐 다를 줄 아냐 식이어서 결말은 충분히 그렇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건 이제 막 소수의 문화를 수면 위에서 다루기 시작하면서 거쳐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퀴어 영화도 [아가씨]나 [윤희에게]처럼 의미 있는 영화가 많이 제작되기 전까지 수많은 실패가 있었으니까 말이다. [모럴 센스]가 스타트를 끊고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앞으로 더 많은 시도가 생겨서 훨씬 심도 있게 다루는 작품도 나오리라 기대해본다.

 


1. 나는 [50가지 그림자 시리즈]를 보지 않았다. 무슨 내용인지만 알고 있는 정도.

2. 짝꿍과 함께 봤다. 영화를 보고 나서는 서로의 성적 판타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3. 내가 본 후기 http://naver.me/xueBcc8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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