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로 향하기 하루 전날, 짝꿍이 지금 진행 중인 전시를 소개해주었다. 처음에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다가 점점 가보고 싶어 져서 도착하는 첫날부터 방문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도착이 지연되는 바람에 첫날에는 가지 못했고 익일 시립과학관에 방문한 다음 갈 수 있었다.
구 나고야보스턴미술관은 가나야마역 근처에 있다. 현재 이름은 가나야마 미나미 빌딩 미술관인데, 건물 밖에는 예전 이름이 남아있다. 짝꿍은 근처 카페에서 쉬기로 하고 나 혼자 미술관으로 향했다.
역동하는 우키요에전은 일본의 전통 판화인 우키요에 작품들을 미디어 아트를 통해 체험형으로 구현한 전시이다. 제주도에 있는 고흐 작품을 체험할 수 있는 "빛의 정원"과 비슷한 유형의 전시라고 보면 된다.
1층에서 진행되는 전시는 풍경화를 중심으로 체험할 수 있는 전시였다.
들어가자마자 마주하는 일본의 "쪽빛(碧)"과 푸른 바다가 한 여름의 더위를 시원하게 날려주는 것만 같았다.
중간중간에 -비록 복제품이기는 하나- 어떤 작품이 사용되었는지 전시하는 코너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고래 그림과 그 유명한 파도 그림이 인상 깊어서 남겨두었다.
이후로도 일본의 색과 미의 향연이 이어진다. 영상이나 음악뿐 아니라 설치물도 함께 있어서 정말 꽃이 흩날리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쉬어가면서 구경하고 있던 설치물 중 하나였던 곳. 문이 닫히고 열릴 때마다 계절과 풍경이 바뀐다. 잠시 앉아서 아름다운 우키요에의 풍경에 빠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2층으로 올라가면 가장 먼저 유명한 우키요에 화가들을 소개하는 코너가 나온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가나가와의 파도를 그린 호쿠사이를 시작해 우타카와 쿠니요시, 토슈사이 등이 소개되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코너에서 화가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2층부터는 판타지와 유희, 엔터테인먼트의 세계로 들어간다.
가장 첫 번째가 "놀이(遊)"로 흔히 "희화"라고 불리는 에도희화들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전시였다.
원판 모양의 공간에 손을 터치하면
이런 식으로 움직이거나 조합되거나 하는 방식이었다. 단순한 기술이지만 일순 그림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아서 괜히 즐거워졌다(ㅋㅋㅋ).
이다음에는 우키요에로 그린 폭포가 전시되어 있었다. 폭포를 그린 우키요에를 영상화한 작품으로 얇은 천을 길게 늘여서 그 위에 영상을 쏜 다음, 아래에 반영되게 하는 방식을 쓴 게 인상적이었다.
바로 이어서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나왔다. 우키요에로 그려진 수중 생물 낚시나 숫자놀이, 공 던지기 등의 놀이가 준비되어 있었다. 중국인 관광객도 있었는데, 역시 이런 공간은 언어와 무관한 것 같았다 ㅎㅎ
케이크가 없었던 시절이지만 동작이 케이크 만드는 것과 비슷해서(ㅋㅋㅋ) 가부키 배우의 동작을 케이크 만들기로 구현한 영상이 있었다. 표정도 익살맞아서 우스웠다.
유명한 에도희화 작품에 공을 던져 볼 수 있는 체험도 있었는데 정말 맞추기 어려웠다. 한 30개 던진 것 같은데 하나도 안 들어갔다...ㅠㅠㅠㅠㅠ
이어서는, 에도시대의 또 다른 엔터테인먼트였던 "가부키" 배우들의 코너가 있었다.
그리고 이어서 영웅들과 판타지의 세계가 나타났다. 그림인 걸 알지만 가까이서 보니 참 무섭더라; 저 해골 그림을 보다 보니 다카하시 루미코의 이누야샤가 생각나기도 했다(이누야샤가 처음으로 철쇄아를 얻었던 장면에서 본 것 같은 해골).
마지막 전시 코너에는 후지산과 가나가와 해변의 파도를 체험할 수 있었다. 한 전시마다 대략 20~30분을 주기로 사이클이 도는데 들어가는 순간 파도가 나와버려서 이 파도를 다시 볼 때까지 한참을 기다렸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들 나와 비슷하게 파도를 기다린 것 같았다 ㅋㅋㅋㅋㅋㅋ
관람을 마무리 짓고 나오니 포토스팟이 있어서 한장 남겨보았다 ☺️ 작품을 전시하는 일 없이 체험형으로만 만든 전시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기술에 발전에 맞춰서 단순히 보기만 하는 게 아닌,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전시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우키요에 같이 생동감이 넘치는 장르를 영상화했다는 점이 매우 만족스러웠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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