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소설 『야행관람차 夜行観覧車』 - 화려함 속의 이면

과거의 흔적/후기

by mizu-umi 2020. 3. 11. 17:54

본문

728x90

20120512

 

 필름 너머로 보이는 세계는 마유미가 모르는 세계.

 

  난생 처음 보는 진기한 짐승이 날뛰고 있다. 원숭이? 고양이? 얼굴 생김새로 따지면 다람쥐일까? 긴 손톱을 드러내고 온몸으로 날뛰는 짐승.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갈기갈기 조각난 포스터. 하지만 진기한 짐승은 손을 멈추려 하지 않는다. 벽에 손톡자국이 수도 없이 났다.

 

  그만, 그만 해! 내 보물을 상처 입히면 용서 못해!

 

회사에서 열흘의 휴가를 받고 잠시 한국을 가있던 동안 내가 있던 안양에서 1시간즘 거리에 위치한 연신내까지 전철을 타고 나갈 일이 생겼다. 점심시간에 잠시 시간이 빈다는 분을 뵙기 위해서였다. 처음 뵙는 분이기도 하고 만나뵙고 싶기도 했던 분이라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두시간 동안 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 분과의 대화를 통해 배울 것도 많이 배우고 스스로가 망설였던 것에 대해서 확실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그런 들뜬 마음으로 집에 돌아가는 길 환승을 위해 종로삼가에서 내렸다 작은 서점을 마주쳤다.

 

워낙에 책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나라서 그 후에도 약속이 있지만 언제 지켜질지 모르는 가족과의 약속이라서 가던 길마저 멈추고 책구경을 했다. 앞서 만난 분 때문에 핸드북 쪽에 있는 심리학에 관련된 책이라도 읽어볼까, 싶었지만 죄다 심리학에는 이런 종류가 있다는 걸 소개하는 것 밖에 없었다. 야행관람차는, 그래도 이왕 서점에 왔으니 뭐라도 하나 사가야지 하고 한 30분 가량을 문학소설 쪽 앞에서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고른 책이다.

 

미나토 가나에를 접한 것은 한때 청소년범죄와 그 법, 그리고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에 대해서 그려낸 '고백'을 통해서였다. 가장 먼저 나오는 선생님의 고백 부분에서 느낀 그 치밀함과 섬세함에 이끌려 주욱 읽어나가며 마지막에 이르렀을 때 느꼈던 그 소름이란... 이렇게까지 날 섬뜩하게 만든 작가는 미나토 가나에가 온다리쿠 다음이다. 

 

야행관람차는 한 평화로운 가정의 가장이 부인에게 살해당한 것을 기반으로 시작된다.

 

히바리가오카(종달새의 언덕). 주변에는 유명한 사립학교들이 즐비하고 고급스런 주택이 늘여져 있는 누구나가 한번즘은 꿈꾸고 살고 싶어하는 곳. 소설을 읽는 내가 일본인이 아니기 때문에 그 동네가 얼마나 좋은 동네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소설에서 묘사된것만으로 봐서는 강남 같은 곳이지 않을까 싶다 (정작 난 '강남'이란 이름만 들어본 촌사람이지만). 

 

제목만 보았을 때에는 처음부터 관람차가 나올것 같고 뭔가 몽환적인 이야기가 펼쳐질 듯 했지만 소설에서 그려내는 것은 이 동네에서 살고 있는 두 가족과 한 여자의 무뚝뚝한 가정사였다. 히바리가오카. 아름다운 동네라는 이름의 가면으로 가려놓은 추악한 이면은 검은양 이론1처럼 엔도가족의 준코가 일으킨 이 하나의 사건을 통해 드러나기 시작한다. 다카하시의 마유미도 아야카도 게이스케도, 엔도의 요시유키도 히나코도 신지도, 고지마의 사토코 부인도. 누구나가 보이지 않으려했던, 감춘 채 살아가고 싶었던 어둠이 쌓이고 쌓여서 결국에는 하나의 작은 점을 시작으로 튿어져 나온다.

 

마지막에 어떠한 반전을 기대했지만 그렇게 큰 반전은 없었다. '하긴,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겠구나'하는, 오히려 참담한 현실이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마지막 부분이 좀 섬뜩하기도 했다. 아마 엔도 가족의 남은 세 자식들은 먼저 간 아버지에게 엄청난 죄책감을 끌어안고 살아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다른 건 몰라도 고지마 부인이 가장 맘에 안든다. 아야카는 좀 이해가 간다. 저렇게 가정보다 집이 우선인 엄마 아래에서 그나마 참고 살아온 것 자체도 대단하니까. 고지마 부인이야말로 히바리가오카에서 가장 없어져야 할 인물 아닐는지 싶다. 

 

고백도 그렇고 야행관람차도 그렇고 '가족'이란 작은 사회에서의 문제가 얼마나 큰 문제로 번질 수 있는 지를 잘 알고 있는 작가란 걸 느낀다. 속죄가 드라마화 되고 고백이 영화화 되었듯 이 야행관람차도 드라마 화 되면 좋겠다.

728x90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