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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코끼리와 귀울음 象と耳鳴り』 - 향수가 묻어나는 책

과거의 흔적/후기

by mizu-umi 2020. 3. 1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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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4일에 씀. 온다리쿠 사랑합니다!)

 

 

"누군가에게서 들은 얘기니까요. 실제로는 어떤지 몰라요." 

 

- [누군가에게서 들은 이야기]中

 

"요변천목의 밤이야"

 

- [요변천목의 밤]中

 

 

노스탤지어의 마법사 라는 애칭답게 이 작품은 그리움의 냄새가 짙게 벤 책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짧고 굵게 전달하는 침착한 분위기와 감정, 그리고 뱃속에 자리잡는 무거운 무언가. 꽤나 잔인한 사건도 미해결 사건도 있고 이외에 여러가지 사건이 있지만 그 중심에는 작가의 문체에서 묘한 향수가 있었다. 글에서 그려내는 풍경 같은 것도 상상하면 할수록 너무나도 아름다운 책이었다.

 

 

짧게 짧게 한 에피소드마다의 감상을 쓸것인데 궁금하시다면 꼭 한번 사서 보시기를.ㅎ

 

 

※ 참고로 여기서 주인공은 다 동일인물. 이름은 세키네 다카오, 나이는 60대즈음.

  전직 판사이며 자식은 셋. 현역검사 아들 슈운과 현역변호사 딸 나츠, 그리고 막내 슈우.

 

 

 

☆ 첫번째 이야기는 요변천목의 밤.

 

검은 배경 위로 수많은 별이 떠오른 하늘과 비앵飛櫻을 수놓은 다완, 가장 친했던 친구와의 잊지 못할 추억에 대한 애수, 10년이 지나도 풀리지 않는 어떠한 의문. 향수가 가장 짙으면서 시작을 잘 끊었다는 느낌을 주는 에피소드였다. 

 

 

☆ 두번째 이야기는 신 D고개 살인사건.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 「D고개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독특한 이야기가 나왔다. 범인을 종잡을 수 없는 번잡한 거리에서 벌어진 사건.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어떤 남자는 한 중년이 말하는 '타락천사'라는 한마디에 솔깃해 그와 함께 하게 되고, 끝내 그의 입에서 범인이 누군지를 알게 되자 알 수 없는 충격에 빠진다. 솔직히 위의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은 읽어본 적이 없어서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온다 리쿠만의 이 스토리는 끝이 알게 모르게 소름 끼쳤다. 무관심하게, 우리가 일상생활처럼 느껴왔던 것에 의해 벌어진 살인과도 비슷한 죽음...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중 마스터키튼에도 이와 비슷한 사건이 나오는데 이 부분을 읽고서 딱 그 사건이 떠올랐다.

 

 

☆ 세번째 이야기는 식인급수탑.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오래된 건물인 급수탑 아래에 감추어진 진짠지 거짓인지 그 주변에 사는 사람들 밖에 모르는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인데 주인공의 추리가 주변 환경과 자그마한 단서만 가지고 추측해내는 것이기에 별거 아닌 듯 하면서도 마지막만큼은 뭔가 스읍, 하고 심호흡을 하게 되는 에피소드였다. 주인공이 느낀 감정이 묘하게 전달되고 있었기 때문, 이라 생각한다.

 

 

☆ 네번째 이야기는 코끼리와 귀울음.

 

소녀적, 영국에 갔을 때 렌탈 아파트 바깥에서 코끼리가 사람을 죽이는 모습을 봤다고 하는 한 나이든 할머니의 이야기. 그 이후로는 계속 귀울음이 들려서 코끼리가 어느날 자신을 죽이지는 않을까 하는 공포에 사로잡혀있었다. 그리고 그런 할머니의 기억에 반론을 거는 가게 주인과 주인공의 대화. 뒤죽박죽 되어버린 그 안에서도 묘한 향수가 풍기고 있었다.

 

이 소설의 제목으로 쓰였으며 제목으로 선정된 것 치고는 꽤 짧은 단편이다. 주된 내용은 한 사람의 어린날의 기억. 우리의 뇌는 매번 기억을 바꾸고 바꾸면서 이리저리 섞고 때론 중요하거나 충격적인 일이 아니면 지워버리기도 한다는데 이 이야기가 이 말에 가장 알맞는 듯한 느낌이었다.

 

 

☆ 다섯번째 이야기는 바다에 있는 것은 인어가 아니다.

 

쓸데 없는 배신감과 무언가를 무마시켜버리려는 사람들. 아버지와 아들의 추리대결, 이라고 보면 되는 에피소드며 부자의 티격태격함과 아들의 여유, 아버지의 신중함에서 재미를 느낄 수도 있는데 사건의 진상은 소름 끼치기만 한다. 이건 달리 감상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에피소드이기도 했다.

 

 

☆ 여섯번째 이야기는 뉴멕시코의 달.

 

솔직히 말하자면, 어떻게 이럴수가 있을까 싶은 에피소드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너무나도 평범게만 보이는 사람들의 잘못된 선택. 뭣보다 그 사람들의 짐을 짊어지고 가야 하는 남겨진 한 사람이 불쌍하기도 하고, 두번째 이야기처럼 사회의 문제가 반영되어 있어서 가슴 아픈 얘기였다.

 

 

☆ 일곱번째 이야기는 누군가에게서 들은 이야기.

 

간단히 말하면, 이 에피소드의 제목은 루머Rumor도 꽤 어울릴 것이다. 본능적인건지 습관적인건지 주변에 있는 사물만으로 왠만한 추리가 가능한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부인이 풀어내는 이야기. 부인의 추리력과 관찰력도 굉장하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말은 좀 소름끼쳤다.

 

 

"누군가에게서 들은 얘기니까요. 실제로는 어떤지 몰라요."

 

 

☆ 여덟번째 이야기는 폐원.

 

시작부터 분위기가 슬픈 에피소드였다. 자신을 기다리는 누군가와 장미가 흐드러진 정원을 헤매던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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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이 부분. 너무 짠했다ㅠ

 

 

☆ 아홉번째 이야기는 대합실의 모험.

 

다른 이야기에 비하면 즐거운 에피소드였다. 다시 한번 부자가 여행을 떠나게 되었는데 그 사이에 벌어진 일. 그냥 보기에는 여행 다니는 두 남잔 거 같은데 평범하지 않은 두 사람이 그렇게 술도 한잔 하고 대합실에서 부자스런 얘기도 하고. 만약 나였다면 두 사람이 전직판사, 현역검사 라는 얘길 들었을 때 풋 하고 웃었을 성 싶다.

 

 

☆ 열번째 이야기는 탁상공론.

 

오빠와 동생의 추리대결로 흥미진진하게 흘러간다. 여유만만한 검사 오빠와 조금 신경질적이면서도 섬세한 변호사 동생. 성별로도 직업상으로도 꽤나 다른 면이 많은 두 사람이 한 데 모여 사촌이 준 사진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막 펼쳐나간다. (솔직히, 맞춘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 열한번째 이야기는 왕복서신.

 

조카와 숙부와의 오고가는 편지인데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조화?라고 해야하나, 약간 그런 느낌이었다ㅎ; 뭐랄까, 그냥 편지 오고간 얘기 같아서 달리 추리물이라고는 느끼지를 못했다. 그래도 후에 범인이 궁금해서 계속 봤다는 거ㅎㅎ

 

 

☆ 마지막 이야기는 마술사.

 

제일 이해가 안가는 이야기. 이거 대체 뭔 소리야?! 싶다; 약간 어처구니 없는 얘기도 나오고.. 그래도 뭐랄까... 읽고 나서는 묘한 느낌이었다. 달리 범인이라 할것도 없고 약간 민속학탐정 야쿠모에서 전래동요 살인사건 같은 느낌도 나고. 정말 마술사의 현란함에 홀린 느낌이었다; 가장 최근에 집필한 작품이라는데 그런 만큼 더더욱 신비로운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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