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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당신의 조각들』

과거의 흔적/후기

by mizu-umi 2020. 3. 9.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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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월 8일에 작성한 리뷰)

 

우리는 저마다 다르고 또 달라요. 그래서 조금씩 다른 조각들을 맞춰가고 있는 거에요 

 

 작년 7월말부터 8월초사이, 비자 문제로 학기 중 잠시 한국에 들릴 일이 생겼던 나는 2년만에 가는 한국이라며 즐거운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솔직히, 너무 오래간만이기도 해서 아빠도 작은언니도 다 볼 수 있을 거라는 기쁨에 가득 차있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 모든게 꿈인 것만 같아서 비행기를 타고 가는 내내 내 옆자리에 앉아있던 형부(물론 친형부가 아닌, 큰언니 대학동기언니의 남편. 나랑 큰언니가 부르는 애칭이다)에게 '꿈만 같아요, 지금 비행기 타고 있는 것도 그냥 꿈인것만 같아' (비슷한) 이런 말만 반복하고 있었는데 형부께선 '너무 그러지 마라, 그러다가 돌아가기 힘들 수도 있어'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

 

 한국에 와서 큰언니를 대신해 친구들을 만나서 선물전달을 하고 오빠 (친형부)의 큰누나도 만나서 선물 전해드리면서 짧은 일주일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굉장히 바쁘게 보냈었다. 내가 지방 출신인지라 아랫동네 친구들은 만나지도 못했고 다른 애들이랑은 겨우겨우 문자나 전화로 연락하고 G언니 만나는 걸로 끝났다. 그러던 중, 잠시 아무 약속도 잡히지 않았던 때에 아빠와 함께 넷째 큰엄마 환갑 잔치를 따라갔다.

 

 잔치 이후에는 셋째 큰아빠 댁에서 하루 자고 나왔는데 내가 책을 굉장히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계시는 셋째 큰아빠께서 '오빠들이 안 읽고 두고 간 책들, 다 가져가거라' 해서 가방에 가득찰만큼 책을 챙겨주셨다. 낙천주의자 캉디드, 깨진 유리창 법칙 등등 거의 열권 가까이의 책을 받아왔는데 그 중 하나가 지금 리뷰를 써내리려고 하는 '당신의 조각들'이었다.

 

 오빠들이 사놓고 정말 한번도 안 봤는지 책은 손 떼 하나 묻어 있지 않았다. 하기사, 시기가 오빠들 다 결혼했을 시기기도 하고 분가 하느라 바빴을 테니 뭐 그럴 수도 있겠지 싶다. 것보다, 손 떼 하나 묻어 있지 않고 그 안에 담겨져 있는 사은품인 엽서까지 아무 손상이 없었다. 그래서 정말 기쁜 마음으로 가져온 책들 중에서 거의 먼저다시피 읽었다.(ㅋ) 

 

 내가 이 책을 읽었던 시기는 타진요와 타블로가 굉장히 큰 싸움을 벌이고 있던 시기였다. 내 입장에서는 타블로 손을 들어주고 싶지만 타진요 내부의 글들을 읽어보지 못한 나로서는 타진요도 따로 욕하기 좀 그랬달까? 이 글 보게 될 분들이 어찌 생각하는지 몰라도 나는 일단 그렇다.

 

 책 제목부터 시작해서 'lost in translation' 이란 말이 들어간 타블로의 서문, 그리고 목차들까지 모두 눈으로 흘깃만 봐도 어딘가 흥미가 가는 책이었다. 책을 얻기도 전부터 지인께서 하신 말씀 때문에 책을 구입하고 싶어 난리였던지라 더더욱.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솔직히 별생각 없이 읽기는 했다. 정독하지 않았다고 해야하나. 처음의 그 강렬한 인상과는 달리 미미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동명의 제목으로 타블로가 만든 곡 중 하나인 '당신의 조각들'을 듣고서 다시 한번 차근차근 읽어보기 시작했다. 노래 듣고서부터 꽤 됐기는 했지만.. 아직 읽는 중인데 읽을 적마다 이전에 읽었던 내용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묘한 감상에 빠졌다. 그 당시 그 글을 써내려가며 타블로가 느꼈을 성장이라는 이름의 아픔과 타블로가 인터뷰했다고 하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가라앉아 있는 내면의 고민과 외로움이 천천히, 잔잔한 감동과 함께 밀려오기 시작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들은 '안단테' , '쉿' , '승리의 잔' , '증오 범죄' , '최후의 일격'. 안단테에서는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생겨버린 벽을 넘기지 못한 부자父子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쉿은 어린시절에 여전히 머물러 있는 소년과 어머니의 이야기를 이제는 낡아버린 LP판으로, 승리의 잔은 승리라는 단어의 우울한 이면을, 증오 범죄는 타국에 있는 만큼 벌어질 만한 그런 이야기를, 최후의 일격은 어린날의 상처가 만들어 놓은 환상을 챔피언이라는 단어로 연관지어 하나하나 간결한 활자 하나하나에 풀어 놓았다.

 

 다른 이야기들은 스토리가 잘 기억이 안나는데 이 다섯개 만큼은 정말 임팩트가 강했는지 되게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었다. 특히 안단테 마지막 부분에 조나단과 아버지의 대화 중 마지막 조나단이 대답했던 '아버지의 숨소리가 들려요'라는 그 한마디가 가슴을 울렸다. 그 한마디가 이미지로 살아나서 진짜 목소리가, 아버지의 그 숨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만 같았다. 

 

 10대의 끝자락과 20대의 첫 단추. 이제사 10대의 끝자락을 맞이하고 있는 나지만 지금의 나로서 아직 잘 이해는 안간다. 가족들과의 다른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어떤것에 그렇게 깊게 빠져들고 그랬던 것도 아니니까. 그래도 읽고나서 좀 아팠다. 당신의, 라는 말보다도 '조각들'이라는 말에 더 눈길이 간다. 지금, 10대와 20대의 벽을 방황하고 있고 각자의 성장통을 겪고 있는 우리들의 조각들은 이리저리로 흩어져 있을지도 모른다. 가족간의 갈등 너머, 나 자신의 내면의 문제를 너머 그 어딘가에는 꼭 그 조각들이 있을 것이다. 하나하나 열심히 완성해가며 나만의 꿈을 그려가는 것, 내가 이 책으로부터 느낀 가장 큰 교훈이다。 :)

 

 

+) 아래는 에픽하이 당신의 조각들의 가사이다. 검색하다보니 이 곡이 아버지를 위해 만든 곡이란 걸 알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고 책에서 풍기는 분위기와 정말 잘 어울린다. 이 노래를 통해서 이 책을 엮을 때 타블로가 어떤 마음으로 작품을 선정했는지 조금은 알것 같았다.

 

 

당신의 눈동자 내 생의 첫 거울 그속에 맑았던 내 모습 다시 닮아주고파

거대한 은하수조차 무색하게 만들던 당신의 쌍둥이 별.

내 슬픔조차 대신 흘려줬던 여울. 그속에 많았던 그 눈물 다시 담아주고파.

그 두 눈 속에 숨고자했어. 당신이 세상이던 작은 시절.

 

당신의 두 손, 내 생의 첫 저울.  세상이 준 거짓과 진실의 무게를 

재주곤했던 내 삶의 지구본. 그 가르침은 뼈더미 날개에 다는 깃털.

기억해. 두손과 시간도 얼었던 겨울. 당신과 만든 눈사람. 

찬 바람속에 그 종소리가 다시 듣고파. 따뜻하게 당신의 두손을 잡은 시절.

 

당신의 눈, 당신의 손 영원히 당신의 눈을 바라보며 손을 쥐고 싶어.

벌써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

 

you know i do, i do love you 지쳐가는 모습도  작아져가는 그대 뒷모습도

사랑해요 i do love you every little piece of you  every little piece of you 사랑해요 

 

때로는 시간을 다스려손에 가지고파. 그대가 내가 될 수 있게 보내 날리고파.

난 그대 청춘에 그 봄의 노을에 안기고파. 나 역시 어리던 당신의 볼을 만지고파.

그대 인생의 절반을 갈라 날 위해 살았고 남은 인생의 전부를 또 나를 위해 살아도

하찮은 내가 줄 수 있는 거라곤,  한 평생 그대가 바라고 비는 성한 몸.

 

언제까지나 받고 받아  이제는 건네고 싶은데,

받은 건 모두 날 위해 쌓아 멋내고 쉬는게 그리도 어려워서 모두 거절할까

아직도 일에 지쳐 사는 건  또 병되고 싫은데.

그대 옷자락의 묵은 때보다 더 검은 내 죄로 그대 머리에는 눈이 내려.

가슴을 시리게 만들어 내 숨이 죄여. 오늘도 이별의 하루가 지나 꿈이 되면

그대를 찾아갈래요. 그대를 따라갈래요. 당신의 발자국에 맞춰 내가 살아갈래요.

얼마남지도 않은 우리 둘의 모래 시계, 행복의 사막 그 안에서 우리 오래 쉬게. 

 

every little piece of you every little piece of you of you

every little piece of you every little piece of you 사랑해요

 

you know i do, i do love you 지쳐가는 모습도  작아져가는 그대 뒷모습도

당신의 눈, 당신의 손. 영원히 당신의 눈을  바라보며 손을 쥐고 싶어.

벌써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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