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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극 『영영이별 영이별 (20171012, 문화역서울)』

과거의 흔적/후기

by mizu-umi 2020. 3. 9.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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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2

 

낭독극 영영이별 영이별

출연: 박정자

 

페이스북을 보고 있던 와중, 구서울역사의 문화페이지에서 본 낭독극이 무료로 상연될 것이라는 홍보를 보고서 부리냐케 엄마에게 연락했다. 공연이 행해지기 사흘인가 전이었다. 박정자. 연극 혹은 조금 나이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절대 모를 수 없는 그 이름 세글자. 내가 그 분의 존함을 처음 들었던 것은 4년 즘 전으로, 지인의 초대로 안티고네를 봤을 때였다. 암에 의한 투병생활을 마치시고 처음 오른 무대셨다고 기억한다. 워낙 아무 생각 없이 보러갔던 공연인지라 한태숙,박정자 라는 이름이 얼마나 유명한 지 몰랐고 후에서야 그때 내가 안티고네를 본 것은 굉장한 행운이었다는 걸 알았다.

 

아무튼, 그런 박정자 선생님께서 낭독극을 하신다니 놓칠 수는 없잖은가. 게다가 나못잖게 연극에 관심을 갖고 있는 엄마를 두고 나 혼자 볼 수는 없었다. 나도 엄마도 각자 일을 마치고 나서 구서울역사 앞에서 만났고,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입장했다.

 

박정자 선생님의 연기 내공은 지난 4월 말에 보았던 엄마 이야기에서 이미 경험한 바 있었다. 역할명은 '죽음'으로, 안티고네 이후로 선생님의 특기인 무서운 연기를 볼 수 있었다. 첫공에서부터 어마무시한 포스를 보여주셨는데, 본 낭독극에서는 그와는 전혀 다른 서정적이고 애틋한, 굉장히 섬세한 연기를 볼 수 있었다. 동명의 소설을 각색해서 낭독극으로 만든 걸로 아는데 선생님의 말 한마디한마디가 알아듣기 쉬우면서도 참 애틋한 시구 같았다. 좋은 각색과 배우가 만나 조화를 이룬 낭독이었다. 가장 놀랐던 건 엄마 이야기에서와는 다른 부드러운 톤과 굉장히 깔끔했던 딕션이었다. 엄마 이야기에선 매우 허스키하셨는데 이번에는 촉촉한 듯, 어디간 메마른 듯한 느낌이었다.

 

엄마는 공연 내내 울고 계셨다. 선생님의 연기도 연기지만 대사 중에 엄마의 마음을 건들던 것이 있었으리라. 엄마하고 같이 보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 아주 잠시 선생님을 뵈었는데 정말 잠시였음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을 뵐 수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뻐 순간 '아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란 생각이 들었다. 3월의 카라마조프에 이어, 한국 연극계의 또 다른 거장분을 뵌 것은 굉장한 영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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