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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성난 사람들(BEEF)』

감상/시리즈

by mizu-umi 2023. 4. 30.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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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유

 

공개되기 전부터 여러모로 뜨거운 감자였던 성난 사람들(이하 비프). 처음 넷플릭스 메인에서 비프를 접했을 때는 시나리오만 보고서 B급 공포 영화인 줄 알았다. SNS에서 트레일러를 보고 나서야 관심이 생겼고, 마침 룸메이트들도 이 시리즈에 큰 관심을 보여서, 저녁을 먹을 때마다 한편씩 보기 시작했다.

 

 

화끈한 포스터와 개막장일 것 같은 시나리오만큼 극의 초반부는 굉장히 재미있었다. 10부작이면서 편당 30분인지라 전부 다 합쳐도 5시간 밖에 안 되는 작품인데, 그 30분이 5분 같을 정도로 집중해서 봤다. 역시 시리즈물은 막장드라마가 최고라는 걸 새삼 느꼈다

 

누가 보기엔 굉장히 사소하지만 상황에 처한 개인이 보기엔 절대 별일이 아닐 수 없는 계기로 시작된 악연이 얽히고 또 얽히면서 벌어지는 진흙탕이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에이미와 대니가 도로 위에서 펼쳐졌던 로드레이지가 일상으로 연장되고 있었는데, 훨씬 자극적이고 위험한 맛이었다. 와중에 배우들 연기마저 뛰어나니, 다같이 모여서 비프를 보는 날만을 손 꼽아 기다릴 정도였다.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이 얽히고설킨 관계가 잘못 풀리기 시작한다. 대니가 준비한 집이 불타버린 날로부터 8개월이란 시간의 흐름이 필요했던 이유가 궁금해질 정도로 뭔가 불명확해졌달까. 이미 만들어진 작품이 올라오는 넷플릭스 특성상 중간중간에 반응을 보면서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싶은 전개였다. 시청자로 하여금 대니나 에이미에게 연민을 갖도록 만들려고 의도하는 것 같았는데 솔직히 두 사람이 벌이고 다닌 일이 연민을 자아내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인가 의문이 들었다.

 

 

이 그림이 생각났다.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건 조던의 죽음이다. 조던이 그렇게까지 잔인하게 죽어야 할 이유가 있었나? 나오미가 그런 끔찍한 상황을 겪어야 할 이유는? 이해할 수 없는 지점들이 등장하면서 김이 새 버렸다.

 


 

9화 후반부에서 다시 한번 로드레이지가 시작되면서 수미상관을 이루는 점이나 10화에서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에이미의 대사를 대니가, 대니의 대사를 에이미가 하는 등 좋은 부분도 충분히 많았다. 하지만, 그런 장점들을 모두 잊어버릴 만큼 후반부 전개가 엉망이었다. 지금까지 쏟아부었던 집중력이 한순간에 다 흩어지는 기분이었다. 아무리 막장이래도 어느 정도의 핍진성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비프는 충분한 개연성을 가지고 있지만 핍진성이 부족했다.

 

혹시나 보면서 놓친 게 있나 싶어서 다시 한번 볼까 싶기는 한데... 9화 때문에 다시 정주행 하고 싶은 마음도 사라진다. 성난 사람들이 성난 사람일 수밖에 없는 사연을 좀 더 매끄럽게 끌었더라면, 그들의 화(Anger)에서 납득할만한 사정을 소화시켜 주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아무튼, 그래도 이렇게 아시아계 배우들이 잔뜩 나오는, 정말 아시아인이면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다룬 건 좋았다. 이 작품에서 가장 칭찬하고 싶은 부분. 다만 이게 아시아인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으로 굳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앞으로 비아시아권에서 만들어지는 대부분의 콘텐츠에 화내는 아시아인만 나오면 너무 슬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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