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넷플릭스 다큐시리즈 『킬러 샐리』

감상/시리즈

by mizu-umi 2023. 4. 16. 19:59

본문

728x90

 

나는 신이다를 보고 다큐 시리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넷플릭스에 올라온 작품들을 하나씩 보고 있다. 보면서 들었던 생각을 정리해보고 싶어서 쓰는 후기.

 

'킬러 샐리'는, 전직 보디빌딩 선수이자 프로레슬러였던 샐리 맥닐이 촬영했던 레슬링 영상 속 등장인물의 이름이다. 샐리는 1995년의 발렌타인에 남편 레이 맥닐을 산탄총으로 쏘아 살해한 사건으로 기소되었고, 제2급 살인으로 25년을 복역한 후 2020년에 석방되었다. 본 다큐멘터리는 샐리의 어린시절부터 시작해 현재까지의 삶을 재조명한다.

 

시리즈인 만큼 이 다음 에피소드가 궁금해지게 잘 구성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있는 것에서 시작해 점점 세세하게 사건의 내부로 들어간다. 여러 사람의 증언이 담겨 있어서 사건을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는 것도 좋았다.

 

 

객관적인 것만 생각하면, 샐리는 살인자가 맞다. 하지만 이렇게 일차원적으로만 생각하기에는, 이 사건에는 굉장히 많은 사회적인 문제가 담겨 있다. 예를 들어, 20세기 보디빌딩 커뮤니티에서 남용되던 스테로이드, 폭력 페티시즘, 아무리 노력해도 해소되지 않는 남녀 보디빌더 간의 임금 차이, 대물림 되는 폭력, 당시 법정에서의 한계 등등. 이 다큐를 보면서 새삼스럽게 어떤 범죄든 '00가 00을 00했다'로 끝낼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단 생각이 들었다.

 

일전에 유영철과 관련된 다큐멘터리가 나왔을 적에 '범죄자를 흥미롭게 만드는 건 없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그 말에 동의했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다르다. 모든 범죄에는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는 사회적인 맥락으로 파헤쳐져야 할 필요가 있다. 거기서 앞으로 우리가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가 (taking an action)를 고민하기 위해 이런 범죄 관련 다큐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다큐 마지막화에서 레이의 친구가 이야기한 바와 같이 두 사람의 관계는 서로에게 독이었다. 독소로 가득한 관계 안에서 피해를 본 건 자식들이다. 부모님처럼 군인이 됐지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두 사람 중 하나는 성폭행의 피해자가, 다른 하나는 가정폭력 가해자가 되어버린 것. 두 자녀의 이후의 삶이 여러모로 기구해서 참 안타까웠다.

 

마지막에 새로운 사랑을 만나 안정을 취해가는 샐리와 그의 가족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스쳤다. 이 가족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돌을 던져야 할 사람이 있을까? 시대의 차별과 편견 속에서 망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들이, 지금의 행복을 영위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실제로 다큐를 본 건 3월이다.

++) 이 후기 글을 마무리 지으면서 문득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이 생각났다. 샐리 사건의 검사 때문인데, 샐리가 마초적이니 가정폭력을 당했을리 없다고 말하는 주장이 마치 이방인에서 뫼르소가 엄마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정한 자식이 되어 사형 선고를 받은 것과 유사하게 다가왔다. 소설 속 누군가가 창조해낸 부조리가, 현실에서는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728x90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