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알베르 카뮈『이방인』

감상/도서

by mizu-umi 2023. 4. 11. 19:12

본문

728x90

 

몇년 전에 이미 한 차례 읽었으나, 모종의 이유로 다시 읽은 이방인. 완독을 하고 나서도 이게 왜 부조리에 대한 이야기지 싶었는데, 다 읽고 나서 카뮈가 쓴 서문을 읽고 나니, 뫼르소가 경험한 일들이 정말 이상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읽어도 소설이라기보다는 뫼르소라는 사람이 죽기 직전에 쓴 에세이 같다. 분량이 짧기도 하거니와 인물이 어떠한 결말에 이르기까지의 단편적인 기억을 순서대로 나열한 소설이라서 더 그렇게 느낀 것 같다. 20세기의 부조리를 이야기하던 [이방인]은, 그때보다 더 부조리가 차고 넘치는 지금 같은 세상에선 더 이상 세상의 부조리가 아닌 현실을 묘사한 하이퍼리얼리즘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뫼르소의 일관된 태도가 냉정하다고 생각했다. 이 작품이 짧은 분량에 비해 난해한 것도 뫼르소가 죽을 때까지 보이는 태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책을 읽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언가-아쉽게도 그 무언가를 메모해두지 않아 잊어버렸다-를 하다가 일순 내가 했던 생각이 뫼르소와 비슷하다는 걸 깨닫고, 사람은 누구나 뫼르소 같은 면모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도 스쳐가 버려서 더이상 기억하지 못하지만 말이다.

 

내 운명이 내 의견의 반영 없이 처분되고 있었다.
Mon sort se réglait sans qu'on prenne mon avis

 

두번째로 읽으면서 일독했을 때와 비교해서 다른게 느낀 건 2부에서 뫼르소가 억울해 하는 부분이 좀 더 피부로 와닿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검사의 발언이 사건과 무관계하게 느껴지는 지점이 많아서 황당했다. 뫼르소가 사람을 죽인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어머니를 양로원에 보내고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았다는 게, 그가 죽어야 할 이유가 될 수 있는가?

 

일전에 모 웹툰에서 한 남자 캐릭터가 여주인공에게 살해당하고 그의 모친이 복수를 다짐하며 '그 애가 그 일을 벌인게 살해당할 만한 이유는 아니지 않냐'고 했던 게 생각난다. 살해와 사형은 다른 영역에 있는 일이지만 뫼르소가 신부에게 '나에게 형을 선고한 것은 신의 정의가 아닌 인간의 정의'라는 것을 지적한 부분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아무튼, 이 책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렵겠지만 생각날 때마다 다시 꺼내어 읽을 것 같다.

 


+) 실제로 책을 다 읽은 것은 3월이다.

728x90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