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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경희『남편이 자살했다』

감상/도서

by mizu-umi 2023. 2. 2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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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밖으로 꺼내어 말할 수 있다면
더 이상 죽을 만큼 고통스러운 일은 아니다.

 

리디셀렉트 메인을 보다가 발견하고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나서 읽기 시작했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다룬 책이라 읽기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이 울었고 또 웃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두 번째 챕터까지 묘사된 남편 분은 좋게 생각할 수 없었다. 이기적이고 남의 말은 들은 체도 안 하고 제멋대로인 사람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상실을 넘어 애도의 마음으로'라는 세 번째 챕터에서 남편이 나름대로 보여준 사랑의 방식을 깨달았던 일을 묘사한 부분을 읽는 순간, 눈물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일 수 있고 배우지 못하면 사랑할 수도 없다. 이 모든 것이 그 사람이 한 잘못의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되지만 저자의 남편은 사랑하는 법을 바르게 배우지 못한 조금 서투른 사람이었을지 모른다.

 

내게도 갑작스럽게 떠나간 가족이 있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 떠날 것이라고 어렴풋이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오랜 시간 몸과 마음이 병들어 있었고 이대로 놔두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경고를 여러차례 들었으니 말이다. 그 사람의 심신이 아픈 상황인 걸 알면서도 더 품어주기는 커녕, 멀리 떨어져 지내는 동안 언제 만날 수 있냐는 말에 '나중에'라고 말하며 미루곤 했다.

 

어느덧 10년 가까이 된 일이지만 마지막으로 했던 통화에서 여행을 갈테니 용돈이나 주라고 말했던 사실이 멍에처럼 남아 가슴을 후벼판다. 저자가 남편의 마지막 전화를 받지 못한 걸 두고 두고 후회하는 것처럼. 이 경험이 나를 성장하게도 해주었지만 시간을 되돌려 성장과 그 사람의 삶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나는 무조건 후자를 택할 것이다.

 

남편을 떠나 보내고 겪는 다양한 변화 속에서 쓰러질 법한 순간에도 일어선 저자의 강함이 눈부셨다. 저자는 자신보다 훨씬 나은 상황인 사람이 자신으로부터 위로를 받는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가 누군가의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나도 저자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때 도움을 받고 또 도움을 주기도 하면서 잊을 수 없는 과거와 괴로운 현재, 그리고 불안한 미래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에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 

 

특히, 대출을 받으면서도 마음의 여유를 가지려고 했다는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 프리랜서로 살겠다고 다짐한 이후로 여러모로 불안정한 생활이 반복되는 요즘, 빚은 지고 싶지 않으나 금전이 크게 필요한 상황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저자가 보인 '살아 있으면 해결할 수 있다'는 태도가 지금의 내 생각에 변화를 주었다. 빚을 지든 안 지든 눈 앞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그 방법을 취해 볼 필요도 있으며 그게 또 지금의 내게 있어 최선이라는 사실말이다.

 

중요한 건 지금이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위해 지금을 낭비하지 말자.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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