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전기가오리 출판사에서 출간한 린다 노클린의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를 읽었다. 해당 글을 읽기 전까지는 그 이유에 대해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있었으니까’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참고해야 할 자료들을 병행해서 읽지는 않았다 보니 이해하는 것이 마냥 쉽지는 않았지만, 린다 노클린의 글을 읽으면서 납작했던 사고에 좀 더 구체적인 예시와 이유를 더 할 수 있었다.
불편한 시선을 읽고 싶었던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였다. 미술과 관련해 좋은 글을 많이 내주는 아날로그에서 마침 관심 가지고 있던 주제에 대해 책을 낸다고 하니 안 읽어볼 수 없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불편한 시선은 중의적인 의미가 있다. 하나는 화면 밖에서 바라보는 시선이고 다른 하나는 화면 안에서 보내는 시선이다.
전자는 오랜 시간 동안 예술을 향유하는 특권 계층이었던 남성이 여성의 이미지를 바라보는 불편한(혹은 불쾌한) 시선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시선에 의해 만들어지고 굳혀져 온 이미지는 여성에 대한 억압이자 차별이며 혐오여왔다.
후자는 근대에 들어서며 그저 자신들의 이미지만을 소비하려 드는 관객들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여성들의 관객을 불편하게 만드는 시선이라고 볼 수 있다. 더 이상 시선에 의해 소비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와 당당함으로 넘쳐난다.
이 책은 미술사와 여성의 이미지에 대한 연구적인 부분을 다루기보다는 앞서 언급한 시선들에 대해 반문하는 책이다. 독자들에게 10개의 키워드를 기반으로 고대부터 시작해 지금까지의 미술사의 흐름 속에서 그려지고 형성된 여성의 이미지에 대해 아래와 같은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이 작품을 기존의 방식대로만 보아도 괜찮은가?”
나름 예술 관련 전공생이지만 책에서 다루는 내용들이 대학에서 미술사를 공부하는 동안 크게 생각해본 적 없던 것들이었다. 여태껏 미술사를 외우는 것에만 급급하고, 질문하지 않고 공부해온 것을 많이 반성하는 시간이었다. 페미니즘만을 떠나서 예술을 바라볼 때 “정말 이래도 괜찮은가?”라고 반문할 힘을 기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상대적으로 미술사에서 여성의 이미지를 연구하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고 여전히 이름이 알려진 여성 예술가의 수는 많지 않다. 오랜 시간 속, 이미 타자화되어버린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런데도 세상에는 이 책에서 말하는 불편한 시선에 관해 이야기하고 또 싸워나가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행보가 더 커지고 넓어져서 앞으로 이런 불편한 시선을 깨닫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서 다양한 여성의 모습이 미술사에 남겨지면 좋겠다.
* 서평을 위해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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