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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김홍길동: 분노는 나의 힘』(20220205, 브릭스씨어터)

감상/공연

by mizu-umi 2022. 3. 2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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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다 쓴다 생각만 하다가 2월 초에 보고 온 공연 후기 이제 올림. 이미 써놓은 후기가 있어서 정리하는 정도.

 

작년에 창작집단 LAS의 작품들을 접하면서 올해 올라오는 극들을 다 보고 싶어 졌다. 그래서 우선 가장 먼저 시작하는 김홍길동을 예매함.

 


 

김홍길동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한국 고전 소설 중 하나인 홍길동전을 모티브로 한다. 고전 소설의 그 홍길동이 신분 사회에서 미천한 사생아로 태어났다면, 이 작품의 주인공 김홍길동은 ‘신분제도도 없고 자유로운 시장경제로 일하면 누구나 대우를 받는 시대’에 초능력을 가지고 태어났다.

 

길동은 어려서부터 특출난 재능을 발휘하며 천재 소년이라고 불리게 된다. 하지만 푸른 눈이라는 남들과 다른 외모 탓에 또래 친구들이나 주변인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거나 괴롭힘을 당한다.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괴롭힘은 사춘기에 접어든 길동의 분노를 건든다. 결국 여태껏 숨겨왔던 염력으로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린 길동은 학교를 자퇴하고 행적을 감춘다.

 

그렇게 10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길동은 엄마 인숙의 카센타 일을 도우며 산다. 어느 날, 몇 달째 수리비를 제공하지 않는 렌터카 업체 사장과 엄마의 통화에 분노하고만 길동은 한국대학교 에너지공학연구센터의 소장에게 자신의 초능력을 들키고 만다. 소장은 10년 전 중학생이던 길동이 에너지 공모전에 냈던 ‘감정에너지’를 실용한다는 이론에 감명을 받았고 보수는 두둑이 줄 테니 함께 연구하자며 길동을 설득한다. 무엇보다, 길동이 초능력을 가졌다는 것을 눈감아주겠다는 조건을 붙이면서.

 

오랜 시간 자신의 능력을 감춘 채 살아온 길동은 소장의 설득에 에너지 공학 센터에 취직하게 되고 다시 한번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기 시작한다.

 

연구가 막바지에 다다랐을 즘 길동은 소장이 연구 기록을 팔아 넘길 것이며 연구자 명에 함께 연구한 사람들 이름은 빠지고 소장의 이름만 올릴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날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던 길동은 분노를 컨트롤하지 못한 나머지 컵을 깨트리고 말고 그 길로 연구소를 나와 정처 없이 헤맨다.

 

한편, 길동이 서성이던 길가에서 길동은 백발의 소년을 마주한다. 소년의 이름은 하길탁. 태어나면서부터 머리가 하얀 탓에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고등학생이었다. 길동은 길탁을 친구들의 괴롭힘에서 구해주게 되고 길탁은 길동에게 감사하다고 말하며 연락처를 받고 사라진다.

 

푸른 눈의 길동과 백발의 길탁. 남들과 다른 외모를 가진 두 사람은 각자의 시련을 어떻게 헤쳐 나갈까?

 


 

김홍길동의 부제가 '분노는 나의 힘'인 건 극 중 에너지 연구에 분노가 에너지가 될 수 있다는 설정으로 이어지는 한편 주인공인 길동이 자신의 분노를 제어하고 분노해야 할 곳에 분노함으로써 위기를 헤쳐나가는 이야기란 걸 암시하기도 한다.

 

길동은 슈퍼파워를 가졌지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인해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잊어버린 인물이다. 남들과 다른 외모를 가짐으로 오는 차별과 혐오로 인한 괴롭힘이 어린 길동에게 큰 상처를 줬다. 몸은 나날이 성장하지만 마음은 어린 날의 상태로 남은 길동은 숨어 살기 바쁘다.

 

사람에게 상처받은 길동은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서 성장한다. 남다른 외모로 남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자신이 영화 속 영웅들처럼 악과 싸울 수 있다고 믿는 길탁과의 만남은 길동에게 자신도 어쩌면 변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믿음을 준다. 길동은 계속 자신을 쫓아다니는 길탁을 피하기 바쁘지만 초능력이 없으면서도 스스로를 믿고 선하게 싸워나가는 길탁을 보며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되고 위험에 빠진 길탁을 초능력으로 구해내면서 어쩌면 자신이 가진 힘이 누군가를 도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또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받는 부당한 대우를 보며 더이상 참고 있지 않기로 마음먹는다. 길동이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로 움츠러 있으면서도 남을 도우며 살아야 한다는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자랄 수 있었던 건 길동의 엄마 인숙의 영향이 컸다. 어린시절은 여공으로 미싱을 타고 노동권을 위해 싸워왔으며 지금은 카센타를 운영하는 정비사로 일하는 길동의 엄마는 길동이 가야 할 길을 이끌어주는 가이드 중 한 사람이다. 자신의 비밀을 남들이 알게 될까 두려운 나머지 소장의 음흉한 계획을 남들에게 말하지 못하던 길동은 엄마의 이야기를 통해서 싸워야 할 때는 싸워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청소년을 위한 권장도서를 100분 동안 읽은 기분이었다. 모티브를 잘 살렸고 라스 작품이라면 메세지로 삼을 법한 주제들을 신나는 음악으로 전달함 점이 좋았다. 이야기가 이야기인만큼 연극보다는 뮤지컬이라는 장르로 선보인 것도 신의 한 수라고 생각했다.

 

오정색을 활용한 멀티들 의상도 인상 깊었다. 기성복이 아니라 각 배우에 맞춰서 디테일을 조금씩 다르게 했다는 점이 특히 매력적이었다. 넘버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주제가지만 그 외에 좋았던 건 이야기의 절정에 나오는 넘버들이다.


슈퍼파워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남들과 다른 외모 때문에 위축된 길동을 보면서,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졌어도 주변이 그걸 부정하면서 괴롭히면 쓰러질 수 밖에 없는 게 인간이구나 싶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한 마음을 가진 길동은 자신이 가진 힘을 남을 돕는 데 씀으로써 한발 한발 내딛는다. 단순한 이야기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확실하고 적재적소에 나타나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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