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을 보고 메모장에 쭉 써내려간 날것의 후기
재밌다. 유쾌하게 볼 수 있는 극. 셰익스피어를 좋아하면 재밌을 요소가 작품 곳곳에 숨겨져있다.
시작 전에 나오는 하우스 뮤직이 중세풍이어서 좋았다. 넘버 중간중간에도 중세적인 느낌 넣은 것도 좋았다.
근데 셰익스피어가 완전히 창작을 한 건 아니고 전설이나 신화에서 차용해온 이야기가 많단 걸 알아서 그런가 창작의 고뇌에 빠진 셰익스피어는 뭔가 모순인 것 같았다.
폴스태프 적인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흔히들 이용하는 작가가 쓰는 글에서 뛰쳐나온 인물들이 자기의 삶을 찾겠다는 이야기였다.
줄리엣 서사는 극 중 줄리엣이 엄청 과감한 14살이었던 걸 감안해서 검술을 좋아하는 여자라는 설정을 넣은 듯... 페미니즘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가 있어서 좋았다.
로미오가 문학소년에서 중이병이 되는데, 그 장면이 재밋으면서도 너무 길어서ㅜ 좀 별로였다. 애드립이나 웃긴 장면은 역시 어느 정도 선을 지켜야 재밌지 선을 넘어버리면 지루해진다.
햄릿은 고뇌에 빠지는 인물이란 점에서 시인이 되었는데, 생각보다 잘 맞게 바뀐 듯.
젠더프리 캐스팅으로는 이 작품이 짱인 것 같다. 셰익스피어야 누구나 다 아는 인물이고 윌리엄이 이야기를 이끌면서 자기가 쓰는 이야기 속 인물들이 된다는 점에서 성별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솔직히 그리스 비극은 죄다 남자가 연기했잖은가.
셰익스피어를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는 건 장점이면서 단점이란 생각이 든다... 모르면 웃을 수 없어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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