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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양갈래머리와 아이엠에프』 (20210414, 두산아트센터 Space111)

감상/공연

by mizu-umi 2021. 5. 5.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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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을 보고 나서 메모장에 쭉 써내려갔던 날것의 후기를 정리해봤다.

 

무슨 내용인지 전혀 모르고 티케팅 했는데 내 뒷자리 앉은 사람들이 무슨 내용인지 얘기하고 있어서 대충은 알고 봤다 (ㅋㅋ).

 


초반에 경비아저씨와 기자가 대화하는 대목에서 경비아저씨가 눈 앞에 수국을 보고 혼잣말하는 모습이 너무 부자연스러워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연극이니까 당연히 눈 앞에는 수국이 없겠지만, 보통 대화를 하다가 중간에 다른게 눈에 띄어서 거기에 시선을 돌리면 하던 대화를 멈추던가 어! 저기봐! 같은 말을 내뱉을 텐데 대화를 하던 톤 그대로 수국을 보며 어머니 얘기하니까 대사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져서 순간적으로 흐름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반면, 기자역할 하신 분이 아저씨가 수국 이야기하는 거 들으면서 짜증나 보이는 모습은 리얼했다.

경비아저씨 친구인 경비 그만둔 할아버지의 노래 장면이 시작되면서 아 음악극인가보다 란 생각이 들었다. 노래가 한번 시작되니 주요 인물들은 다 한번씩 노래를 했다. 아쉬웠던 건 대사와 노래 사이의 흐름이 뚝뚝 끊긴다는 것. 배우님들이 노래를 잘하냐 못하냐는 따질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대사에서 노래로 넘어가는 흐름이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대사로 해도 될 것 같은 부분들이 같은 음의 후렴구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세네번 이어지니 지루했다.

초반 10~15분 정도가 극 속 시간 순으로 따지면 마지막이라고 봐야하는데, 이후의 장면들이 퍼즐처럼 한조각 한조각을 맞춰나가는 구조였다. 작품을 보면서 시간이 갑자기 널을 뛰는 부분이 있었다. 경비 아저씨가 군대 선임을 죽이려고 매일 밤 아파트 주변을 서성이는 무주에게 자기 이야기를 하던 장면에서 아이엠에프 때 할머니가 치매가 온 이야기로 넘어가는 부분이었는데, 다시 무주와 아저씨 장면으로 바뀌는 걸 보고서 이게 과거 이야기 털어놓는 장면인 걸 알았다. 이해하기가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나열된 장면들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아서 이게 지금 어느 시점인지 알아채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작품 속 배경이나 시간의 변화를 이어가는 방법이 참 아쉬웠다.

큰아들 역 배우님과 무주가 동일 인물이란 걸 알고서 뿔테안경과 머리 스타일이 사람을 얼마나 다르게 만드는 지 알았다.

 


결정적인 단점: 내가 공연을 볼 때 가장 중시하는 리듬감이 없다는 것. 연출가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어떨 때는 밀었다가 또 어떨때는 잡아당기면서, 공연을 보고 있는 관객들의 감정을 들었다놨다해야한다. 이 작품의 리듬과 속도는 천천히 가다가 극단적으로 빨라지더니 또 갑자기 느려져서는 다시 빨라진다. 장단은 맞출 수 있어야 장단인데 맞출 수 있는 장단이 들쑥날쑥이다. 음악이 들어갔음에도 극 전체의 리듬이 깨져있어서 지루하다.

작가가 연출을 해서 그런지 굳이 없어도 될 것 같은 대사들이 속사포처럼 쏟아진 것도 별로였다. 황미영 배우님의 랩이 기억에 남는데 목소리가 그렇게 허스키하면서 대사가 다 들렸다.

노래는 캐릭터를 더 입체적으로 만들기 위한 장치로 사용하는 것 같은데 작품 속 인물들의 서사가 그렇게 잘 쌓여있는 작품이 아니라서 노래가 뜬금 없게 느껴진다.

경비아저씨 마냥 착한 사람처럼 묘사해놓고 갑자기 낫들고 703호 노인네 죽이려고 드니까 디게 이상하다. 억울해하는 모습도 좀 나왔어야지 703호 노인네가 하는 일 도와주려고 하다가 저러니까... 많이 어색했다.

이 작가님은 매번 하고 싶은 말만 많고 정리정돈을 못하시는 것 같다. 대사가 알기 쉽고 간결한 건 정말 좋은데, 전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과해지는 것 같다.

 


1. 신기한 건, 종종 이 작품 속 우스꽝스럽던 순간들이 떠오른다는 것. 마냥 싫지는 않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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