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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동유럽] 11. 뮌헨에서의 마지막 날 - 뮌헨

여행/동유럽 in 2019

by mizu-umi 2021. 2. 28.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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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일정을 위해 떠나고 나 혼자 남은 집에서 가보고 싶은 곳들을 점검했다. 아침에도 조금 여유를 부렸다보니 눈 떴을 때 언니도 이미 자리를 비웠다. 외출하기 전, 언니네 빌라 안의 공용 공간 같은 곳을 통해 다른 집의 내부를 보거나 비 오는 바깥을 쳐다보거나 했다. 봄을 맞이하는 뮌헨은 비가 오고 있었다.


이날 님펜부르크 성Schloss Nympenburg과 뮌헨 도서관, 마리엔플라츠에 들릴 예정이었다. 동선상 가장 먼저 가야 하는 곳은 님펜부르크성이었다. 거리가 가장 멀었고 다른 곳을 거쳐오기 가장 적당한 위치에 있어서였다. 언니 집을 출발해서 U반을 타고 사이드플라츠로 향했다.

 

 

트램 타고 가면서

 

 

님펜부르크를 가기 위해서는 트램으로 갈아타야 해서 지상으로 나온 다음 거기서 탈 수 있는 트램 중 하나를 골라서 타려고 했다. 문제는 점검 때문인지 원래 타려고 했던 트램이 운행을 멈춘 상태였다. 다행히 정류장에서 트램이 멈췄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던 안내원들의 도움을 받아 가까운 다른 정류장에서 트램을 탔다.

 

 

비내리는 뮌헨

 

 

님펜부르크 성이 있는 정류장에 내려서는 성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처음에는 지도가 길을 모호하게 알려줘서 헤맸지만 앞서 가는 사람들 뒤를 쫓으니 무사히 님펜부르크까지 갈 수 있었다.

 

 

님펜부르크와 새친구들
매우 가까이 가도 도망가지 않는 백조

 


할슈타트나 노이슈반슈타인에서 본 것처럼 이곳에도 백조나 새들이 가득했다. 추운 날씨에도 꿋꿋하게 성 앞의 호수에서 놀고 있었다. 놀란 것은 굉장히 가까이 다가갔음에도 불구하고 도망가지 않는 점이었다. 사람들하고 친화된 모습…이라고 봐야할까. 대도시의 비둘기만큼 유해하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인간과 나름 화해하고 지내는 것 같았다. 

 

 

멀리서 본 님펜부르크
가까이서 본 대문

 

 

비가 오는 탓에 날이 너무 어두워서 성이 다소 무섭게 보였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름다웠다. 비가 부슬부슬 와서 다소 춥기는 했지만 성 내부보다는 외부를 더 구경했다. 입구에 들어가고 나서도 딱히 더 안으로는 발을 들이지 않고 기념품 가게만 둘러보다가 나왔다.

 

 

님펜부르크 성 다음 행선지는 도서관이었다. 트램을 타고 지하철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오렌지색깔 U3 노선을 타고 도서관 근처인 우니버시태트Universität에서 내렸다. 밖을 나오니 여전히 비가 내리는 우중충한 날씨였다.

 

 

뮌헨 개선문

 

 

구글맵을 켰다. 마침 근처에 뮌헨 개선문이 있어서 도서관으로 가기 전 개선문을 먼저 구경했다. 개선문 앞에는 LOVE 글씨가 사람만한 크기로 전시되어 있었다. 한동안 그 앞에서, 맘에 드는 사진이 나올 때까지 사진을 찍었다. 로망주의가 좋아할 만한 폐허의 느낌이 나게 사진이 찍혔다. 날이 조금 더 밝았으면 예쁜 사진이 찍혔을 것 같지만.

 

 

내가 앉아있었던 자리

 


도서관의 정식명칭을 잘 모르고 있다가 다녀오고 나서야 이름을 알았다. 바이에른 주립 도서관 Bayerische Staatsbibilothek으로, 언니의 말에 의하면 대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었다. 들어가는 입구에는 고대의 철학자들의 조각상이 있어서 챙겨온 카메라로 열심히 사진을 찍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찾아보려고 하니까 없다. 대체 무엇으로 찍은 걸까

 

 

 

 

아무튼, 입구 구경을 하다가 도서관에 들어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짐을 다 정리해서 사물함에 넣고, 아이패드와 간단한 소지품만 챙겨서 자리를 잡았다. 도서관을 더 둘러볼 수도 있었지만 일본이나 한국을 제외한 나라의 도서관에 와서 자리를 잡는 것도 ‘대학생’이라는 신분을 십분 즐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아이패드를 업데이트시키거나 사람들하고 연락하거나 하면서 도서관에서 유유히 시간을 보내다가 언니와 약속을 잡은 마리엔플라츠로 향했다.

 


 

 

 


도서관에 있는 시간이 좋아서 원래 만나기로 했던 시간보다 더 늦추어서 언니를 만나기로 했다. 도서관에서 밖으로 나오니 어느새 비는 그쳤고 맑은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여유를 부리면서 갔음에도 언니보다 내가 먼저 마리엔플라츠에 도착했다. 언니가 도착할 즈음에 내가 서 있는 방향이 잘못되는 바람에 살짝 엇갈렸다.

 

 

뮌헨 구시청사
뮌헨 신시청사

 

 

바로 일주일 전, 뮌헨을 돌아다닐 때처럼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지는 태양을 받으며 반짝이는 구 시청사가 보였다. 그리고 그 뒤로, 뮌헨의 신시청사가 웅장하게 서 있었다. 밤에 볼 때보다 밝은 대낮에 보니 더 위엄이 빛나는 건물이었다.그 주변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나서는 DM에 들러 남은 쇼핑을 하고 아포테케에 가서 핸드크림 등을 샀다. 독일에 와서 나를 위해 쓴 돈은 먹는 것과 약간의 기념품밖에 없었던 것 같다. 나머지는 전부 가족이나 주변 사람을 위한 선물이었다.

 


 

 

 


쇼핑을 마무리 짓고 나서 언니가 추천하는 이틀리Eataly로 향했다. 이탈리아 식료품을 팔면서 식당도 겸하고 있는, 이름부터 Eataly인 재치 있는 가게였다.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 외모가 보통 독일인들과 달라서 설마 했는데 전부 이탈리아 사람들이었다. 이탈리아에는 잘생긴 남자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었지만 이렇게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날이 올 줄이야. 다들 멋쟁이였다.

 

 

 


인기가 워낙 많은 곳인 데다 금요일 저녁이라 굉장히 사람이 많았다. 앉을 자리도 없다가 한 커플이 가고 자리를 치워 주기 전까지 식당 한구석에 서 있었다. 이틀리에 가면 파스타를 먹을 생각이었지만 언니가 이곳 피자가 상당히 맛있다고 해서 피자를 시켰다. 언니는 와인을 음료로 주문하고 나는 피자만 먹었다. 마르게리타 피자였는데 상당히 맛있었다. 한국에서 먹은 마르게리타는 다 입맛에 맞지 않았던 반면, 유럽에서 먹은 피자들은 입에 잘 맞아서 좋았다. 생각보다 유럽 음식 중에도 먹을 수 있는 게 있었다.

 



이틀리에서 식사를 마치고 다음 행선지인 호프브로이하우스 Hofbräuhaus am platzl 로 향했다. 한국에서 호프집이라고 불리는 맥주 가게의 어원으로, 호프브로이는 맥주 회사 이름이라고 한다. 맥주 회사에서 사람들이 즐겁게 술을 마실 수 있는 큰 하우스를 오픈한 것이, 독일의 가장 큰 문화 중 하나로 발전한 것이다. 이 글을 적으면서 알아보니 16세기에 처음 지어졌다고. 엄청나게 오래 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가는 길목에서는 길거리에 나와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는 길목에서 나 홀로 연주하는 모습을 보니 돈보다는 ‘연주한다’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것 같았다. 한국에서보다 더 자주 버스킹하는 사람들을 마주쳤다고 생각한다.

 

 

호프브로이하우스
도치와 맥주 한잔

 


호프브로이하우스는 공간이 넓은 것에 비해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으로 꽉 차 있었다. 너도나도 한잔씩 맥주를 마시고 있었고 한구석에서는 작은 악단이 연주를 하고 있었다(이것도 호프브로이의 문화다). 언니 말에 의하면 서로 모르는 사이여도 자리를 같이 잡고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고 했다. 술도 마시고 새로운 사람도 사귀고, 사람들의 뜨거움을 느끼기에는 가장 적절한 장소가 아닐까 싶다.

 

 

호프브로이하우스의 악단

 


호프브로이하우스를 마지막으로 뮌헨에서의 마지막 밤이 끝났다. 집에 돌아와서는 낮에 DM과 아포테케에서 샀던 기념품들을 가방에 정리하고 언니가 마련해준 옷걸이에 걸어 두었던 옷가지들을 챙겼다. 유럽에서의 마지막 밤이라 상당히 아쉬웠지만 한편으로는 곧 짝꿍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기도 했다. 


1. 이 시국에 와서 호프브로이 하우스를 보니 저러고 있으면 다 감염될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바이러스가 머리 속까지 절여버린 것 같다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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