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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동유럽] 10. 빈에서 다시 뮌헨으로 - 나홀로 여행 (2)

여행/동유럽 in 2019

by mizu-umi 2021. 2. 2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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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으며 타는 버스(시외도 아니고 국외 버스)다 보니 편도만 해도 5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라 일찍 출발하는 편을 예매해두었다. 제시간에 차를 타기 위해 이날도 아침 일찍 일어나 체크아웃 할 준비를 했다. 처음에는 조식도 포함인 줄 알고 조식 뷔페를 갔는데 아니었다. 예약할 때는 포함인 줄 알았는데 매우 아쉬웠다.이날은 빈을 떠나기 전에 프로이트 뮤지엄을 방문할 계획이었다. 프로이트에 대해서는 이름만 들었지 아는 게 많지 않아서 이참에 한번 배워볼까 싶었다.

 


 

가는 길에 찍은 사진들

 


잊어버린 것은 없는지 잘 확인하고 체크아웃을 하면서 보증금을 돌려받고 빈의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프로이트 뮤지엄을 가려면 슈테판플라츠 근처까지 가야 했기 때문에 지하철을 타는 게 나았지만, 돈을 아끼고 싶은 마음도 있고 걷는 것도 퍽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걸어서 가기로 했다. 

 

 

쇼윈도가 너무 유잼이어서 기념으로 남긴 사진들

 

 

짐을 드르륵 끌며 걸어가는 길목에 보이는 성당이나 건축물들의 사진을 찍고 유유히 흘러가는 빈의 시간을 즐겼다. 숙소를 나와서 10분 정도 걸어간 곳에는 기념품 가게와 서점이 있어서 잠시 들어가 구경을 했다. 기념품 가게에는 오스트리아를 상징하는 음식이나 물건 등으로 만든 자석이 많았다.

 


 

 

미술관
마리아 테레지아의 동상

 


프로이트 뮤지엄까지 가는 길에 마침 마리아테레지엔플라츠Maria-Theresien-Platz가 있어서 그곳에도 들리기로 했다. 마리아테레지엔플라츠는 오스트리아 하면 떠오르는 박물관과 미술관이 있는 곳이다. 마리아테레지아의 광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정중앙에는 그의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미술관 근처를 서성이며 구경을 하고 있었는데 단체 손님으로 보이는 학생들의 무리가 우르르 미술관으로 들어갔다. 어느 나라나 학교에서 미술관을 가는 것은 당연한 코스인 것 같았다.

 

 

헬덴플라츠로 가는 문

 

 

 

헬덴플라츠에 있는 오스트리아 역사박물관

 

 

마리아테레지엔플라츠를 벗어나 다시 한번 호프부르크 성 주변인 헬덴플라츠Heldenplatz를 지나갔다. 밤에 들렀던 헬덴플라츠와 낮에 들른 헬덴플라츠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근처에서는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이 행인하고 대화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Volksgarten

 


헨델플라츠를 지나서 저 멀리 보이는 고딕 양식 건물을 향해서 발을 옮기다가 중간에 맞닥뜨린 공원에 들어갔다. 아마도 그 전날 밤에 넋 놓고 있던 그 공원이었던 것 같았다. 내부에는 작은 고대 그리스 사원 같은 건물이 있었다. 3월 초의 애매한 계절이라 나목이 즐비했고 햇볕은 매우 뜨거웠다. 오래 머무르다가는 메말라 죽을 것 같아서 또 발을 서둘렀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름은 Volksgarten, 시민의 정원이라는 곳이다. 봄이나 여름에는 매우 아름다운 듯.

 

 

 

 

공원의 다른 출입구로 빠져나와 다시 뮤지엄을 찾아 걷기 시작했다. 정원을 지나기 전, 멀리서 보이던 고딕 양식의 건물은 빈의 시청이었다. 입구 주변은 공사 중이라 막혀 있었다. 프로이트 뮤지엄을 가려면 그곳을 지나서 가야 하는데 길이 막혀 있어서 난감해졌다. 다행히, 나보다 앞서가던 어떤 부부가 어딘가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고, 시청 건너편으로 갈 수 있는 길을 통과해서 지나갈 수 있었다.

 

 

 

 

시청 건물 안의 샛길에는 처음 이 건물을 건설할 당시의 의원들로 보이는 이름들이 새겨져 있었다. 도보 몇분만에 유적지를 갈 수 있다는 별명처럼 역사를 바로 가까이에서 체험할 수 있었다.

 

 

화웨이와 비엔나 광관버스 조합이 우스워서 찍음

 

 


 

좌: 구 프로이트 뮤지컬 위치 / 우: 임시 프로이트뮤지엄

 

 

구글맵에 소개된 프로이트 뮤지엄 위치에 도착해서 현관 앞에 서니 ‘현재 공사 중이니 50m 떨어진 곳으로 가시오’라는 안내문이 있었다. 몸 무겁게 짐을 끌고 온 상태라 살짝 화가 났지만 그리 먼 길도 아니라 50m 떨어져 있다는 곳으로 다시 돌아갔다. 

 

 

 

 

원래 있는 프로이트 뮤지엄은 2020년 개장을 앞두고 공사에 들어갔고 무빙 프로이트 뮤지엄이라는 소규모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프로이트의 삶과 자녀들, 프로이트 생전의 진료실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가구 배치, 그가 쓰던 것들, 그의 사진들 등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규모가 작아져 있다 보니 생각보다 조촐한 전시회였다. 

 

 

무빙 프로이트 뮤지엄 PART I에 전시된 것들

 

순서대로 과거의 프로이트의 진료소 / 그의 저서들 / 가족 사진과 사용하던 물건 / 과거의 진료소를 현재로 옮겨놓은 모습


구경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두 번째 관에는 발도 못 들여보고 역으로 향했다. 가장 가까운 역이 언덕을 오르고 10분쯤 걸어야 나와서 최대한 서둘렀다.

 


 

 

버스 정류장 매점에서 팔던 에코백

 


다행히 이번에 빈에서 타는 버스는 어디서 갈아타거나 하지 않고 한 번에 가는 버스였다. 점심을 먹지 못한 상태라 배가 매우 고파서 정류장 근처에 있는 케밥 가게에서 슈니첼을 샀다. 버스 여행객을 위해서 도시락도 서비스하는 곳이었다. 다만, 문제는 그걸 먹고 타지 못했다. 음식 냄새 나는 그대로 버스에 들고 탄 지라 사람들에게 폐 끼칠까 봐 엄청나게 조심해가면서 먹었다(먹긴 또 먹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바보 같은 짓이었다). 

 

빈에서 뮌헨 가는 버스는 프라하에서 빈 가는 버스나 뮌헨에서 프라하 가는 버스와 다르게 휴게소를 들렀다. 휴게소에 내린 사이에 부랴부랴 슈니첼 도시락을 먹었다.

 

 

공포의 유럽

 


버스를 타는 동안의 이야기는 별로 의미가 없는 것 같아서, 타고 가는 중에 발생한 일들에 관해서만 서술하겠다. 가장 놀랐던 것은 낮에는 마냥 아름답게만 보이던 전원 풍경이 해가 지기 시작하니 공포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허허벌판은 호러영화에나 나올 법했다. 

 

둘째로는 휴게소에서 한번 멈췄던 차가 또 한 번 멈췄던 일인데, 버스 안에 누가 들어와 검문을 시작했다. 나는 여권을 보여주니 아무 질문도 안 받고 끝났지만 내 옆자리의 아랍계열로 보이는 사람은 어느 목적으로 왔냐 얼마나 있다 가느냐 등의 질문 세례를 받았다. 나중에 언니한테 들어보니 독일에서 나갈 때는 문제가 안 되지만 들어올 때는 경비가 삼엄해서 검문을 받게 된다고 했다. 유럽의 테러에 대한 경각심을 새삼 깨달은 날. 마지막으로 버스 시간이 길다 보니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를 다 읽을 수 있었다.  하필 이때 읽은 책이 잔인한 묘사가 많은 스릴러 소설이라 유럽의 허허벌판이 더 무섭게 느껴졌던 것 같다(ㅜㅜ).

 



도착 예정 시각은 17시였는데 독일 국경에서 차가 많이 막혀서 굉장히 늦은 시간에 집에 도착했다. 이것도 나중에 언니가 얘기해줘서 검문 때문이란 것을 알았다. 뮌헨에 도착해서는 중앙역으로 가는 표를 끊으려고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가 않아서 헤매다가 겨우겨우 표를 끊고 중앙역으로 향하는 차에 몸을 실었다. 


이날은 빈-뮌헨행 버스에서 기다린 시간이 너무 길어서 딱히 한 게 없었다. 지금 와서 하나 아쉬운 것은 자연사 박물관과 미술관 어느 쪽에도 입장하지 않은 것이다. 건물 겉이 아니라 안을 보기 위해 꼭 다시 빈을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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