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2019 동유럽] 07. 버스 여행과 - 프라하 (Prague)

여행/동유럽 in 2019

by mizu-umi 2021. 2. 17. 10:53

본문

728x90

드디어 기다리고 또 긴장하고 있던 날이 왔다. 버스를 타고 프라하를 가서 하루 머무른 다음, 그 이후 일정부터 자유롭게 혼자 다니는!

 


탈것에 대한 멀미가 심한 편이라 아침밥을 든든하게 먹었다. 언니가 라면을 끓여줬는데 거기에 밥도 먹었다. 속이 비면 정말 겉 잡을 수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었다. 전날 준비해 둔 가방을 다시금 점검하고 멜 가방과 끌고 다닐 가방의 무게와 사용할 물건들을 고려해서 짐을 다시 쌌다. 채비를 마치고 언니와 함께 플릭스 버스를 타는 곳으로 향했다. 

 

버스 정류소의 Flix Bus 티켓 구매처
시간표


플릭스 버스(Flix Bus, https://global.flixbus.com/)는 독일에 거점을 둔 버스 회사로,  기차를 탈 때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유럽의 이곳저곳을 여행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 전용 어플리케이션도 있어서 가입, 구매가 간편하고 아이폰 사용자는 애플월릿에 전자티켓을 넣어두기만 하면 간편하게 제시해 버스에 탑승할 수 있다. 내가 일본에 있을 때 언니는 '독일에 가기 전에 각자 버스 티켓을 사두어야 한다'라는 어필을 했지만 나는 그걸 전혀 잡아내질 못했다. 결국 버스 티켓 없이 독일에 와버렸고, 피나코텍을 갔던 날 와이파이를 엄청 써가며 부리나케 뮌헨에서 프라하로, 프라하에서 빈으로 가는 편을 구매했다. 언니 말에 조금 더 귀를 기울였어야 했다.

 

정류소 2층 내부의 모습
기다리는 사람들


뮌헨의 플릭스 버스 정류장은 뮌헨 중앙역에서 S반을 타고 한 정거장만 더 가면 된다. 정류장 주변은 기차 선로가 눈에 훤하게 들어올 만큼 번잡하지 않았다. 언니에게 짐을 맡기고 주변을 잠시 돌아다니면서 바닥에 앉아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나 버스킹을 하러 가는 지 노래를 연습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한국에서나 일본에서는 쉬쉬하는 행동이 유럽에서는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점이 부럽게 느껴졌다. 버스를 타기 전에 50센트를 내고 화장실에 다녀왔다.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돈을 내는 것은 아마도 돈을 내는 만큼의 책임감을 위해서인 것 같은데 그에 비해 화장실 시설이 마냥 깨끗한 것은 아니어서 의미가 있는가 싶었다. 

 

탑승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너무 익숙한 풍경 아닌가 싶다....ㅎㅎ

 

 

별안간 기다리니 버스가 왔다.

 

무질서..;ㅅ;


언니가 자리를 잡기 위해 먼저 들어갔고 나는 캐리어를 맡기고 뒤이어 탑승했다. 일본에서 줄을 서서 리무진 버스에 탑승하는 사람들만 보다가 너도나도 질서없이 마구 타려는 모습을 보니 적응이 안 됐다. 탑승권과 여권을 보여준 다음 언니를 찾아 2층으로 올라갔다. 멀미가 두려우면서도 유럽을 버스로 이동한다는 것 자체가 꽤 낭만적이라고 생각했다.

 


기차를 타고 갈 때보다 더 흔들리는 차안에 있었지만 다양하게 바뀌는 풍경을 구경하는 것은 재밌었다. 타고 가는 시간이 4시간에서 5시간 가량 되다보니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다. 아이패드로 지난 여행일기를 쓰고 트위터를 하거나 책을 읽었다. 마침 읽고 싶었던 소설이 있어서 이북목록에 추가해 뒀다. 속이 조금 울렁였지만 심각하지는 않았다.

 

버스 안에서 찍은 프라하
프라하 플로렌스 버스 정류소
동유럽의 햇살을 맞는 도치


세시가 되어서야 프라하 플로렌스 정거장에 도착했다. 동유럽이 전체적으로 흐릿한 시기라 프라하도 구름이 많았지만 이따금 그 사이로 내리쬐는 햇빛이 좋았다. 내가 직접 예약한 숙소를 가기 위해서 언니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차로 고작 네다섯시간 떨어진 곳에 왔을 뿐임에도 프라하는 뮌헨이나 오스트리아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트램 타러 가는 길에 찍은 풍경
트램 안에서

 

트램을 타고 숙소 근처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했다. 건물 간판이 따로 있는 게 아니어서 처음에는 숙소를 찾느라 헤맸다. 리셉션에서 어떻게 현관을 여는지 설명을 듣고 계산을 한 다음 방을 안내받았다. 짐이 상당히 무거운 편이었는데 하필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에서 3층 방을 배정받았다. 짐 들고 올라가는 게 정말 힘들어서 방에 도착하자마자 뻗어버렸다. 

 

숙소 내부
책상과 선반
옷장과 커튼
공용 부엌


숙소는 내가 아*다에서 찾은 호텔로 욕실이나 화장실, 부엌 같은 것은 그 층에 숙박하는 모두가 함께 쓰고 방만 별도인 곳이었다. 방 내부를 상당히 잘 꾸며 두어서 정말 맘에 들었다. 언니한테 들어보니 프라하에서 전에 머물었던 숙소는 100유로정도였다고 했다. 내가 고른 곳은 두 사람에 2박3일로 76유로 정도였으니 저렴한 가격에 매우 괜찮은 호텔을 구한 것이었다.

 

프라하 환전소
프라하 맥도날드ㅎㅎ

 

짐을 풀고 가지고 나갈 것들만 챙긴 다음 밖으로 나왔다. 아직 해는 떠있었고 환전도 하고 밥도 먹어야 해서 근처에 있는 맥도날드를 찾아갔다. 환전소는 이전에 언니가 간적이 있다고 하는 곳을 찾아갔는데 수수료도 없고 환율도 잘 쳐주는 곳이라 인기가 많아서 줄이 길었다. 엔화가 있어서 3천엔 정도 환전 하기로 하고 코로나로 바꿨다. 맥도날드에 가서는 일본이나 한국에서처럼 치킨 버거를 시켜먹었다. 생각보다 맛있었고, 치킨은 진리였다.

 

빨랐던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지하철 플랫폼과 내부


다음 일정으로 프라하 성에 가기로 하고 지하철을 탔다. 언니가 지하철 에스컬레이터가 굉장히 빠르게 내려간다고 얘기해주었는데 가파르고 높은 것에 비해서 확실히 빨랐다. 지하철로 프라하 성 근처 역까지 이동한 다음 트램을 타고 언덕 위를 올라갔다. 

 

지하철 밖으로 나와서 트램을 기다리면서...

 

근처에 도착하고 보니 예상했던 도착지가 아니어서 언니가 많이 당황스러워했지만 어디로 가든 성으로 가는 길이니 상관 없었다. 요 몇년 사이에 전유럽을 대상으로 자주 발생했던 테러 때문에 방지를 위한 짐검사가 있었다. 정확하게 어느 쪽으로 들어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정문으로 들어간 것은 아니었다. 성 주변에 있는 다양한 입구 중 한 곳을 통해 들어간 것 같다.

 

프라하성으로 들어가는 입구 중 한 곳


내가 짐검사를 받고 들어간 곳 부터가 이미 성 안이라는 것은 나중에 알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성에 대한 이미지는 아무래도 호엔슈방가우나 노이슈반슈타인 같은 곳이니 프라하 성 같은 곳은 성처럼 보이지 않았다. 성이란 것을 알고나서는 그 규모에 굉장히 놀랐고 유럽에서 가장 넓은 성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성 비투스 성당


가장 먼저는 성 안의 큰 광장에 발을 들였다. 사람이 많지 않아서 굉장히 비어보였지만 건물 색이 예뻐서 그 자체만으로 좋아보였다. 쭉 걷다가 나온 곳은 성 바깥인 프라하 중심에서도 보이는 비투스 성당이었다. 뮌헨 구시청사처럼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성당으로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성당의 앞모습도 웅장하고 조금 걸어서 옆모습을 보면 더 거대하게 느껴진다.

 

대통령 관저

 

옆이라고 해야할지 아무튼 들어가는 입구가 있는 쪽으로 가면 그 앞에 또 성의 건물이 하나 있는데 그곳은 대통령이 근무하고 있다고 언니가 이야기해주었다. 여전히 국가를 다스리는 사람이 성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프라하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국기가 걸려 있었는데 국기가 게양된 날은 대통령이 건물 안에서 일하는 중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표시일 것이라고 언니가 이야기해주었다.

 

한참 그 주변에서 사진을 찍다가 쭉 걸어서 다른 길로 가보았다. 현 대통령관저와 연결되어 있는 성의 일부에는 우리가 서 있는 지대보다 낮은 곳에 식탁과 의자가 전시되어 있었다. 언니에 의하면, 오래 전에 그 낮은 지대로 누군가에게 떠밀려 죽은 사람이 있고 역사상으로는 떠민 사람이 유명하다고, 내일 팁투어에서 알게 될거라고 말했다. (아쉽게도, 팁투어 때는 듣지 못했다) 성에 나 있는 길을 따라서 쭉 걷다보니 빨간색이 강렬한 교회 건물이 보였다. 세계 미술사 연보를 상기하며 사진을 열심히 찍으면서 나름 나는 고딕이나 비잔티움 같은 걸 생각 했는데 이튿날 참가했던 팁투어에서 자세하게 알 수 있었다. 팁투어는 다음 편에서 상세하게 서술할 것이다.

 


 

오후의, 흐릿한 프라하의 빨간지붕
프라하와 한컷


그렇게 꾸준히 걸어서 도착한 곳에는 프라하의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성 외곽이 있었다.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너도나도 빨간 지붕이 인상적인 프라하를 눈에, 그리고 각자의 손에 쥔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프라하가 가장 잘 보이는 자리는 각자 돌아가면서 사진을 찍고 있어서, 나도 대열에 올라 기다리다가 액션캠과 핸드폰 카메라에 그 모습을 담았다. 날이 좀 더 맑았으면 좋았겠지만 조금 흐릿하고 살짝 어두운 프라하도 저 나름의 운치가 있었다. 옆에는 사람이 많지 않은 또 다른 포토 스팟이 있어서 그 곳에서 조금 다른 각도의 프라하를 담고 언니의 도움으로 내가 담긴 사진도 찍었다.

 

사진 찍기가 끝나고, 스타벅스가 있는 정문 쪽으로 갈까 하다가 일단 성에서 내려가기로 했다. 우리가 쭉 걸어서 나온 길의 연장선에 계단이 있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 길목에 사람들이 우루루 모여 무언가를 구경하고 있었는데 우리도 얼굴을 살짝 들이밀어 보니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사람들은 고양이를, 고양이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여러나라 사람들이 그 자리에서 고양이를 보면서 화기애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고양이 사랑은 만국공통이란 걸 실감했다. 고양이와 안녕하고 다시 발을 옮겼고 계단 끝에 화장실 표지판이 보였다. 볼일이 급했던지라 10코로나를 내고 화장실을 이용했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돈을 내고 이용하는 화장실 치고는 상태가 그렇게 좋지는 않아서 기분이 영 별로였다.


화장실을 나와서 언덕배기 길을 내려가다보니 아까 우리가 트램을 기다렸던 정류소가 나왔다. 성으로 가는 트램을 가만히 기다릴 바에는 여기서 바로 걸어올라가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하던 찰나에, 언니가 걸어서 가도 되는 거리지만 언덕을 올라가려면 트램을 타는 게 편해서 트램을 탄 것이라고 말했다. 하긴, 온종일 쓸 수 있는 표를 끊어 놓고 활용을 못하면 의미가 없었다. 

 

때묻은... 백조들


다음은 어디로 갈지 조금 고민하다가 카를교의 야경을 보기로 했다. 언니의 안내를 따라서 카를교로 가는 길목에 강변에서 새들에게 빵을 나눠주고 있는 무리를 보았다. 궁금해서 가까이 다가가보니 백조부터 시작해 원앙, 오리, 거위(?) 등이 사람들이 주는 빵을 먹고 있었다. 새가 엄청나게 많아서 (육안으로만 봤을 때 한 50~60마리정도) 한참을 구경하는데 갑자기 물 속에서 비버 같은 게 나왔다. 너무 당황스러워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더니 두 마리가 더 나와서 사람들한테 먹을 것을 얻어먹었다. 나중에 검색해보니 꼬리가 비버와 달라서, 아마 물쥐이지 않을까 싶다. 물쥐가 사람들한테서 먹이를 뺏어가자 옆에 있던 백조 한마리가 물쥐를 쪼아댔다. 그 모습이 너무 우스웠는데 사진이나 영상으로 찍지 못해서 아쉽다.

 

* 새들이 모여 있지 않은 곳으로도 잠시 가서 카를교를 찍던 중에, 한 사람이 사진을 찍어 줄 수 있겠냐며 폰을 가져왔다. 남의 폰으로 남의 사진 찍는 건 부담이 커서 나름 애써서 찍기는 했으나 상대가 정말 마음에 들어했는지는 미지수였다.

 

해가 저무는 카를교
빵집 앞에서. 한동안 내가 가장 좋아했던 사진


강변 구경을 마치고 다시금 카를교로 향했다. 해가 많이 기운 상태라 조금만 지나면 어두워질 것 같았다. 카를교로 올라가는 길목에 빵 가게가 있어서, 언니가 저 빵 먹어보지 않겠냐는 걸 사양했다. 지금 와서는 안 먹어 본 것을 후회 중. 모양이 굴뚝모양이라서 굴뚝 빵이라 불린다고 하는데 나는 곱창이 떠오른다고 말하니 언니가 빵터졌다.

 

카를교 위에서

 

카를교에 오르고 나니 이곳 저곳에서 한국어가 들려왔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오는 관광지다웠다.

 

미러리스로 찍은 야경
아이폰8으로 찍은 야경
카를교에서 보이는 프라하성

 

해가 다 지고 프라하 이곳 저곳에 불이 켜지면서 카를교를 중심으로 성 쪽과 시내 쪽이 아름다운 야경으로 변했다. 다리 어디에 서서 봐도 아름다운 프라하의 밤을 만끽할 수 있었다. 어떻게든 사진을 한장 제대로 찍고 싶은 마음에 카메라와 핸드폰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박물관과 카를왕의 동상


사진을 찍으며 다리를 건너고나니 시내로 들어가는 길이 나왔다. 왼편에는 카를교를 지었다고 하는 카를 왕으로 보이는 조각상이 있었다. 오렌지색 조명을 받은 건물들이 하나같이 다 웅장함을 뽐내고 있었다. 후에 빈에 가서 든 생각이지만, 유럽의 건물들은 이런 조명 없이는 우리가 아는 그 모습이 아닐거고 이 웅장함이나 아름다움은 빛이 만들어낸 산물이구나 싶었다.

 

언니를 따라서 구시가지 광장으로 향했다. 프라하 시내가 워낙 좁다 보니 어디든 걸어서 갈 수 있었다. 광장으로 향하는 길에는 기념품 샵이 즐비했고 그 중 한군데에 들어가서 구경하다가 굉장히 맘에 드는 마그넷을 발견했다. 오스트리아나 독일에서는 비싸기만 하지 전혀 예쁘다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프라하의 기념품들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것에 비해 종류도 다양하고 훨씬 퀄리티가 좋았다(나중에 알고 보니 프라하는 수공예로 유명한 곳이었다). 그중에서 프라하 시내를 떠올리게 하는 우표 모양 마그넷과 천문시계가 새겨진 작은 접시 모양의 마그넷을 샀다. 우표 모양은 짝꿍에게 선물하기 위해 샀다(지금은 짝꿍의 가족이 사는 집 냉장고에 잘 자리잡고 있다). 언니도 나와 같은 천문시계 모양의 마그넷을 샀다. 

 


 

구시가지 광장의 천문시계


기념품을 사고 나서 다시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장 먼저 발이 닿은 곳은 천문시계 앞으로, 때마침 천문시계의 정각 종소리가 울릴 예정이라 기다리기로 했다. 언니가 생각보다 별거 없다고 얘기하긴 했지만 앤틱한 시계 디자인을 매우 좋아하는 나는 거기에 메카니즘까지 들어간 천문시계가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구시가지 광장의 밤


사진으로도 영상으로도 천문시계를 찍고 나서 광장 쪽으로 갔다. 저 멀리로 고딕 양식의 성당이 보이고 누군가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 분수가 보였다. 밤의 광장은 여전히 활기가 넘쳤다. 굉장히 큰 팬더의 탈을 쓴 사람이 사람들과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무슨 이벤트인지 모르겠지만 다음 날에는 또 다른 동물들이 광장에 나타났다. 버스킹으로 피아노를 치는 사람도 있어 그 모습을 구경하다가 프라하에 있다는 레고랜드를 가기로 했다.

 

프라하의ㅣ 레고랜드
중국 손님이 많이 오는 것 같다

 

레고랜드는 생각보다 입장료가 비싸서 들어가지 않았고 스토어만 구경하면서 언니에게 나의 레고 사랑을 피로했다(?). 구경이 빨리 끝나버려서 남은 시간을 어떻게 죽일까 하다가 근처의 쇼핑몰 2층에 올라가서 시간을 보냈다. 재즈바는 20시부터 입장이 가능해서 시간을 하염없이 보내다가 19시 반즘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이 늦은 것도 있지만 광장에서 멀어지고 나니 거리가 매우 한산했다. 재즈 바는 언니가 추천해서 가기로 한 곳으로, 퓌센에서 만난 최군이 언니와 하는 대화 중에도 나왔던 거 보면 유럽에 오는 사람들이 주로 가는 코스 중 하나인것 같았다. 

 

Jazz Republic


재즈바를 예약해서 착석한다는 것 자체가 낯선 경험이었다. 바 내부는 지금 생각해보면 일본에서 이따금씩 갔었던 바들보다 규모가 클 뿐 구성은 큰 차이가 없었다. 

 


예약했던 자리에 앉아 메뉴를 선택하고 주문한 다음 공연이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오픈은 20시고 공연 시작은 21시 15분 즘이어서 한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 바를 즐겨 가는 편은 아니다보니 칵테일에 대해 박식하지않아서 무난한 과일 칵테일을 주문하고 저녁을 대신할 클럽 샌드위치를 시켰다. 자리가 무대 바로 앞이어서 좀 부담이긴 했지만 바로 앞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은 좋았다. 클럽 샌드위치가 시각적인 부분은 별로였지만 생각보다 맛있었다. 칵테일은 파인애플이 들어가서 새콤 달콤 했다.

 

세팅된 자리
밴드 분들


공연이 시작되기 전 퍼포머분들이 무대 세팅을 하고 전자기타부터 시작해 색소폰 등을 준비했다. 색소폰을 보면서 요 몇년간 색소폰을 배우느라 열심인 아빠가 떠올랐다. 아빠에게 유럽의 색소폰을 들려주고 싶은 마음에 공연이 시작하고 한시간 15분 동안 곡 별로 영상을 찍었다. 너무 앞자리라 소리가 소음처럼 들릴 정도였지만 연주자의 표정이나 손의 움직임 등을 자세하게 볼 수 있었다. 공연 1부가 끝난 뒤, 자리에서 일어나 재즈바를 뒤로 하고 숙소로 향했다. 긴 버스행에 프라하 시내를 뽈뽈뽈 돌아다녀서 둘 다 지쳐 있었다.

 

숙소로 가는 길에 바츨라프 광장의 밤거리가 눈에 들어와, 저 멀리 보이는 국립박물관을 중심으로 사진을 찍었다. 망원 렌즈를 깜빡하고 나와서 맘에 드는 사진을 찍지 못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숙소로 다시 발을 옮겼다.


다음날 먹을 것들을 사기 위해 근처에 문을 연 슈퍼에 들러 물과 식량을 샀다. 숙소에서 그 날 하루 있었던 일을 정리하고 그 시간 즈음 일어났거나 아직 자고 있을 가족들과 짝꿍에게 연락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프라하에서의 첫날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언니가 왜 프라하를 좋아하는 지 알 수 있었다. 다른 곳에서는 크게 느끼지 못했던, 다른 사람과 함께 오고 싶은 유럽을 느낀 곳이 프라하였다. 첫날이었지만 가족들이나 짝꿍과 다시금 오고 싶어졌다.

728x90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