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2019 동유럽] 06. 다시 한번 찾은 - 잘츠부르크 Salzburg

여행/동유럽 in 2019

by mizu-umi 2021. 2. 16. 09:50

본문

728x90

연극과 뮤지컬을 좋아하면서 유럽을 가게 되면 꼭 한번즘은 작품에 나온 현장에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지난 유럽 여행 중에 바트이쉴은 그런 계기로 가게 된 장소 중 하나였다.

 


 

 

아침 일찍 일어나 다같이 식사를 마치고 나갈 준비를 했다. 형부 차로 할슈타트Hallstatt와 바트 이쉴Bad Ischl을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언니의 친구인 R과 함께 여행을 갈 예정이어서 언니는 역에 R을 마중하러 가고 나는 형부가 주차장에서 차를 가지고 나오는 것을 기다렸다. 독일은 주차하는 공간이 적기도 하고 주차장이 대부분 개인의 사유지라서 돈을 내고 그 자리를 빌려 써야 하기 때문에 집 근처가 아니라 거리가 좀 있는 곳에 차를 댈 수 밖에 없다고 들었다. 돈이 나가고 수고를 해야 한다는 점은 번거롭지만 각자가 정해진 구역에 차를 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니 주차 문제로 주민들끼리 시비가 붙을 일은 없을 것 같다.

 

차를 타고 가면서 밖을 보기도 하고 졸기도 했다. 피나코텍에 갔던 금요일부터 계속 비가 내려서 밖을 보면 비에 젖은 풍경 밖에 보이지 않았다. 비를 맞는 것이나 장마만 아니라면 비오는 날을 좋아하는 편이니 아무렴 좋았다. 다만, 할슈타트를 비오는 날 간다는 것은 상당히 아쉬웠다. 인터넷에서 스치거나 방송에서 봤던 할슈타트는 색감이 정말 예쁜 호수변 마을이었다. 그런 모습은 햇빛이 쨍쨍한 날에나 볼 수 있을테니, 이날은 그런 풍경은 보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흐린 날의 할슈타트
할슈타트의 파노라마샷


자동차의 네비게이션에 떠오른 현재 위치가 잘츠부르크를 지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아마 대략 30분에서 40분정도- 할슈타트에 도착했다. 형부는 차에서 자리를 지키고 우리는 할슈타트를 구경하러 나섰다. 주차장에서 마을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부터 이미 감탄이 나왔다. 비는 안 오지만 날이 흐려서 전체적으로 톤은 다운되어 있었지만 호수를 바로 옆에 끼고 있는 산속 동네라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아름다웠다.  

 

셋이서 사진을 찍으며 할슈타트의 이곳저곳을 다녔다. 사람들이 사진을 가장 많이 찍는다는 핫스팟에서 인터넷에서 많이 보이는 사진과 비슷하게 할슈타트를 찍었다. 도시와 떨어져 있어서 굉장히 조용한 반면 거주민보다 관광객이 더 많은 동네다보니 굳이 이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단지, 짝꿍과 유럽을 오게 되면 창문을 열때 할슈타트의 호수가 보이는 곳에 위치한 숙소를 잡고 싶어졌다.

 

할슈타트의 포토 핫스팟

 

할슈타트의 건물들


핫스팟에서 사진을 찍고, 할슈타트의 호수를 돌아다닐 수 있는 배를 타는 선박장 근처에 자리 잡은 작은 패스트푸드점에서 케밥을 먹었다(*). 이곳을 떠나기 전 기념품으로 특산품인 소금을 살까 싶어서 소금 기념품을 파는 매장이 즐비한 쪽을 향해 걸었다. 소금 매장에서 본 다양한 상품 중 가장 맘에 들었던 것은 몸에 쓰는 소금이었는데 이번에도 돈을 생각해서 포기했다. 사놓고 안 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R도 나도 최종적으로 무난한 마그넷을 찾아다니기 시작했고 마을의 끄트머리 정도 가서야 맘에 드는 디자인을 찾았다. 금액이 지금은 가물가물하지만 디자인에 비해 가격이 비싸지 않아서 더 맘에 들었던 것 같다.

 

내가 먹은 케밥

* 작년에 결혼한 친한 언니도 신혼여행으로 유럽을 가면서 할슈타트에 다녀왔는데, 언니도 여기서 밥을 먹었더라 ㅋㅋㅋㅋㅋㅋ


마그넷을 사고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동안 백조들을 찍어보고 싶어서 가까이 다가갔다. 내가 호수변으로 내려가기도 전에 새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인간이 주는 빵이나 과자에 길들여진 아이들 같았다. 어딜 가나 인간과 공존하는 동물들은 인간에게서 먹을 것을 찾는다. 나는 먹을 게 없고 인간이 먹는 것을 주고 싶지 않아서 사진만 찍어댔는데 그게 맘에 안 들었는지 꽥꽥 댔다. 백조나 비둘기나, 먹을 것 앞에선 똑같다. 

 

내가 뭔가 줄줄 알고 다가온 백조들

 

길가에서 마주친 고양이 친구


인간에게 길이 든 백조들을 구경하다가 얘네들 헤엄치는 것을 액션캠으로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방수팩을 강에 담가볼까 하다가 왠지 나라면 놓칠것 같단 생각에 포기했다. 백조들과 작별하고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갑자기 할슈타트 근처의 절벽에서 쾅하는 소리가 나더니 바위가 굴러 떨어졌다. 다행히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발생한 일이 아니라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너무 갑작스러운 폭발에 주변 모든 사람들이 당황스러워했다. 산 전체에서 일어난 사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일으킨 폭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뜬금없는 사건이었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남은 우리는 더이상 신경 쓰지 않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위에서 내려다 본 할슈타트

 

가는 길에 있는 할슈타트의 폭포도 구경하고 차가 주차된 층보다 한층 더 위에 올라가서 할슈타트를 바라보는 것을 마지막으로 했다. 날이 좀 아쉽기는 했지만 유럽의 명소라고 불리는 곳에 발을 딛고 서있을 수 있어서 좋았다. 

 


 

할슈타트에서의 일정을 마무리 짓고 차로 30분 정도에 위치한 바트 이쉴로 이동했다. 네비게이션을 찍고서 가는 내내 바깥엔 설경이 펼쳐졌다. 기온이 그렇게 낮은 편은 아님에도 건조한 날씨와 구름낀 날씨가 지속되다 보니 녹지 않고 굳어버린 눈이 온 들판을 덮고 있었다. 아름다울 땐 아름답지만 이럴 때는 삭막하고 황폐해보였다. 30~40분 밖에 되지 않는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비슷하게 반복되는 풍경 때문에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을 차 안에 있는 것 같았다.

 

아직 제대로 된 점심을 먹지 않아서 가는 길에 어디서 밥을 먹을지 찾아보았다. 점심 시간대가 지났다보니 대부분의 가게가 15시까지만 영업을 하고 17시나 18시 즘에나 문을 다시 열어서 대충 열려있을 법한 곳을 찾았다.

 

바트 이쉴
Residenz Elisabeth - 엘리자벳 레지던스
가장행렬

 

바트 이쉴에 도착하니 교통체증이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동네에서 가장행렬 행사를 하고 있었다. 주차공간에 차를 대고 가려고 했던 카이저빌라를 찾아 걸어가는 길에 어른아이 할것 없이 다양한 의상을 입고 걸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행렬은 여러가족이 함께 해적 분장을 한 것으로 배까지 만들어서 그 위에 아이들을 태우기 까지 했다. 보물상자도 있었는데 그 위에 어린 아이가 타서 어른이 끌고 가고도 있었다. 생각지 못한 재밌는 광경이었다. 카이저 빌라를 가는 길에 그 해적행렬이 같은 방향이라 동행하는 것처럼 되어버렸다(아마 따라오는 거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먼발치서 구경만한 카이저빌라


카이저 빌라는 빌라 앞에 붙은 카이저가 황제를 뜻하는 말이니만큼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황가의 마지막 황제인 프란츠 요제프와 그의 부인 시씨 엘리자베트가 여름에 자주 놀러왔다고 하는 여름별장이다. 뮤지컬 엘리자벳의 영향으로 바트 이쉴을 꼭 가고 싶었고 카이저 빌라가 있다는 것을 알고서 방문하려고 했는데 빌라 근처에 도착하니 입구가 닫혀 있었다. 유럽의 왕궁이나 정원은 계절 별로 입장가능한 시간이나 요일이 다르다는 것을 그때가 되어서야 깨달았다. 카이저 빌라는 겨울 동안에는 평일 수요일에만 영업을 한다고 되어 있었다. 결국 입장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와 언니, 그리고 레아는 바로 옆에 있는 산책로를 따라서 근처만 둘러보았다. 아쉬웠지만 자세히 알아봤더라도 어차피 입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카페 카타리나


카이저 빌라를 떠나서 내가 찾아뒀던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카페 카타리나라는 곳으로 유일하게 문을 닫지않고 영업하는 곳이었다. 굉장히 서양적인 이름과는 다르게 태국요리점이었다. 모두 당황스러워했지만 태국음식을 거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에 각자 먹고 싶은 것들을 시켰다.  

 

에델바이스 맥주와 팟타이


나는 팟타이를 시켰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었지만 입에 잘 맞았다. 기회가 된다면 일본에서도 태국요리점을 가보고 싶어졌다. 밥과 함께 무알콜 에델바이스 비어를 주문해서 함께 마셨는데 알콜이 없는 만큼 술맛이 잘 나지 않았다. 언니는 알콜이 들어간 에델바이스를 주문했으나 병에 무알콜이라고 되어 있어서 보니 주문받은 사람의 실수였다. 비슷하게 생긴 맥주니 이게 알콜이 들어간 맥주라고 생각하고 가져온 것이었다.

 

헬레네와 바트 이쉴 ㅎ


점심은 언니네가 트리트Treat라며 계산했다. 공짜로 언니 집에 머물고 있는 판국에 밥도 계속 얻어먹어서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맛있는 밥으로 배를 채우고 나서 주차장으로 향했다. 집으로 향하기 전에는 유로 마트에 들러서 맥주를 샀다. 언니네가 오스트리아에 온 겸 해서 에델바이스(*)를 잔뜩 산것이다. 나는 군것질이 하고 싶어져서 후르츠 맛 하리보를 샀다. 생산되는 현지가 아닌 그 옆동네에서 사도 여전히 저렴했다. 하리보를 이렇게 많이 먹은 건 이때가 처음이었을 것이다.

 

* 에델바이스는 오스트리아의 대표 맥주다.

 

뮌헨에 도착해서는 R을 배웅하고 집으로 왔다. 집에서 다같이 저녁을 먹고 각자의 일정으로 돌아갔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집에 오고 나서는 내가 무엇을 했는지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크게 한일은 없고 밥을 먹고 씻고 짐정리를 하고, 자기 전에 짝꿍과 전화를 하고 일기나 편지를 썼을 것이다. 

 



여름이나 봄에 꼭 동유럽을 다시 가고 싶다. 그때는 한여름의 날 좋은 할슈타트와 바트 이쉴, 그리고 카이저 빌라를 볼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2019년 11월 30일, 할슈타트에 큰 화재가 발생했다. 많은 손실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름다운 마을에 화재가 일어났다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날 좋은 그 모습을 보는 건 한참 후로 미루어야할 것 같다. 

728x90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