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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동유럽] 03. 모차르트의 도시 - 잘츠부르크 Salzburg

여행/동유럽 in 2019

by mizu-umi 2021. 2. 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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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레미송으로 유명한 영화 사운드오브뮤직은 배우들이 모두 영어로 대화하지만 사실상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를 주무대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잘츠부르크는 소금의 도시라는 의미로 특산품도 다양한 종류의 소금이다. 이 도시에 가기로 결정했을 때 다양한 관광명소 중 미라벨 정원을 꼭 가보고 싶었다. 어린시절 내가 사랑했던 영화의, 가장 신나는 그 장면의 무대가 되는 곳이니까. 잘츠부르크 일정에는 오페레타를 보는 시간도 있었는데, 뮤지컬 영화로 간접체험한 지역의 주립극장에서 오페레타까지 본다니 매우 완벽한 일정이었다.

 


 

지하철, 버스, 트램 등등의 발권기

 

유럽에서의 둘째 날 아침. 새벽 네시에 눈이 떠졌다. 전날 아홉 시인가 열 시쯤에 잠들었으니 잠 자체는 오래 잔 편이었다. 해도 아직 뜨지 않은 아침이었지만 피곤하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은 벌써 해가 중천에 떴을 시간이어서 가족들과 짝꿍에게 연락하고 SNS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언니와 형부가 일어나고 나서는 함께 아침을 먹었다. 유럽에서 먹은 첫 아침 밥은 오차즈케お茶漬け였다. 현지 음식이 입에 잘 맞지 않는 두 사람이 아시아 마켓 같은 곳에서 주로 사오는 게 한식 아니면 일식이라 집에 라면 말고 오차즈케도 많이 준비되어 있었다. 밥에 오차즈케용 재료들을 뿌리고 따뜻한 차를 부어서 속이 따뜻하고 든든해지는 식단이었다. 일본에서도 오차즈케는 딱 한 번밖에 먹어본 적이 없는데 독일에 와서 먹을 기회가 더 많았다.

 

뮌헨 중앙역의 vinzenzmurr
뮌헨 중앙역에서 스타벅스 가는 길


식사를 마치고 조금 더 늑장 부리다가 약속한 시각에 맞춰 준비하고 중앙역으로 향했다. 전날보다 시간에 여유가 더 있어서 다시 한번 vinzenzmurr에 들렀다. 전날엔 치킨이었다면 이번엔 토마토 모차렐라 랩을 샀다. 스타벅스도 다시 들러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고 잘츠부르크로 가는 기차를 찾아서 10번 정류장으로 갔다. 막상 10번 정류장에 가보니 메리디안Meridian*이라는 옷을 입은 사람이 우리를 가리키며 잘츠부르크행 기차를 타려면 6번 플랫폼으로 가라고 외쳤다. 티켓에는 10번 정류장에서 타라고 쓰여져 있었지만 별 수 없이 6번으로 갔다. 

 

* 메리디안은 독일의 기차 브랜드 중 하나이다.

 

토마토 모차렐라 랩과 아이스 아메리카노!

 

10번에서 조금 더 걸어가니 6번 플랫폼에서 잘츠부르크행 기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언니는 유럽에서도 인기 있는 여행지라 탈 자리가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다행히 우리 둘이 앉을 곳이 있었다. 자리 사이에 놓인 작은 상에 랩과 커피를 두고 액션 카메라를 꺼냈다. 추크슈피체를 가던 날처럼 차가 출발함과 동시에 액션카메라로 바깥 풍경을 찍었다. 좋은 자리에 앉은 덕분에 창 너머의 예쁜 풍경이 눈에 고스란히 들어왔다.

 

어딘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잠시 정차했던 곳


잘츠부르크로 가는 약 두시간 동안 언니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 가족에 대한 이야기, 짝꿍에 대한 이야기 등등. 짝꿍이 나보다 네 살이나 어리다는 사실에 무슨 재주로 어린 애를 꼬셨냐는 말을 들었다(ㅋㅋ).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잘츠부르크에 도착해 있었다. 혼자 하는 여행이었다면 바이에른 티켓 비용도 비용이지만 길지도 짧지도 않은 두시간을 잠만 자거나 멍하니 보냈을 것 같다. 주절주절 내 이야기만 떠들었는데 조용히 들어준 언니에게 감사할 따름이었다. 5년 전(2019년 기준) 작은언니 장례식 때도 와주고, 여러모로 많이 고마운 사람이다.

 

잘츠부르크역의 플랫폼
플랫폼에서 내려오면 보이는 풍경


잘츠부르크에 도착하니  엄청나게 해가 밝았다. 사람들의 복장이나 주변 풍경은 아직 한겨울인데 해가 뜨거워서 찜통이었다. 하필 두꺼운 오버핏 블랙코트에 검은 모자, 안에는 조끼에 셔츠까지 입고 추위를 대비하고 있던지라 쩌죽을 것 같았다.

 

정원이란 이름이 무색하게 아무것도 없었다.

아직 꽃이 피지 않는 날씨였다.

 

사람들이 이 곳 사진을 많이 찍는다

 

먼저 잘츠부르크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미라벨 정원Schloss Mirabell으로 발을 옮겼다. 미라벨 정원은 20세기의 대표적인 뮤지컬 영화 사운드오브뮤직의 촬영지로 지금 나보다 10년은 아랫세대인 아이들조차도 알고 있을 '도레미송'이 촬영된 곳이다. 2월에서 3월로 넘어가는 환절기다보니 날씨가 뒤죽박죽이었다. 햇볕은 뜨거웠고 정원에는 꽃 한 송이 없었다. 영화에서는 굉장히 아름다운 곳이었는데 날씨가 날씨다보니 아쉬운 풍경만 남아 있었다. 그래도 여름에 오면 정말 예쁜 정원이라고 들었다. 생각보다 규모가 작은 정원이어서 놀랐지만 어려서 참 좋아했던 영화의 촬영지에 와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뜨거운 햇빛 아래

미라벨 정원을 배경으로

고슴도치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봄이나 여름에 다시 한번 찾아가고 싶다.

 

잘츠부르크 주립극장
극장 내 로비

 

미라벨 정원 끝에 도착하니 마침 가려고 했던 잘츠부르크 주립극장이 눈에 들어왔다. 독일에 오기 전, 서양 예술의 중심지였던 유럽에 가니 공연 하나쯤은 봐야한다는 생각에 내가 가는 시기에 맞춰서 하게 되는 오페레타의 티켓을 구매했다. 공연은 저녁에 시작 예정이라 그 전에 티켓을 미리 수령할 수 있는지 확인 하기 위해 극장에 들렀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티켓 부스는 다행히 문을 열어서, 19시 30분에 시작 예정인 공연 티켓을 미리 수령했다. 부스에서 공연 시작하기 몇분 전까지 와야 하는지 확인받고서 다음 장소로 향했다.

 

강을 건너기 전의 풍경
강에서 카메라로 한컷(ㅋㅋ)


다음 장소는 모차르트와 관련된 곳이었다. 강을 건너기 전, 다리의 철제 난간을 보니 어마무시한 양의 자물쇠로 가득했다. 서울 남산에 가면 그렇게 많다는 애들과 같은 의미겠지 싶었다. 다리 위에서 건너편을 보자 잘츠부르크에서의 계획을 세우던 중 포함시켰다가 시간 관계상 지워 버렸던 성이 눈에 들어왔다. 언니가 만약 시간이 남으면 공연 보러 가기 전에 저 성곽도 가보자고 말했다.


언니가 찾은 모차르트 관련 관광지는 모차르트의 생가였다. 모차르트가 태어나 유럽 각지를 돌기 전까지의 삶이 있던 곳이었다.

 

모차르트의 생가로 들어가는 길


모차르트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작곡가다, 누나가 있다, 아버지도 유명하다 뿐이었는데 그의 일찍 죽은 나머지 형제들과 어머니, 자녀들과 콘스탄체에 관한 이야기도 새롭게 배웠다. 짧은 인생을 정신없이 향락하며 음악이라는 예술 속에서 죽은 남자. 과거 천재들의 말로末路는 다 이런가 싶었다. 잘츠부르크를 하루 안에 다 돌아보려면 전시를 자세하게 볼 수 없어서, 상세한 설명들보다는 전시된 그림이나 물건들(예를 들면 모차르트의 모발 등)을 중심으로 관람했다.

 

모차르트의 자녀들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서 콘스탄체와 그 사이에서 태어난 두 아들에 대한 이야기는 주의 깊게 읽었다. 모차르트 본인이 30대에 요절했지만 6명의 자녀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두 아들 -프란츠 자비에르와 칼 토마스-는 적어도 50년 이상 건재했다*. 다만, 두 아들 모두 후사를 남기지 않고 사망하는 바람에 그 이후로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집안을 직계로 이어받은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한다. 모차르트의 이야기는 뮤지컬과 영화 같은 매체를 통해서만 전해 들었다 보니 자세한 내력은 알지 못했는데 그가 나고 자란 고장, 그것도 그가 살았던 집 안에서 하나하나 보고 알아갈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었다.

 

* 형인 칼 토마스는 74세에, 동생인 프란츠 자비에르는 53세에 사망했다.

 

전시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사전에 언니에게 전해 들었던 모차르트 오페라 무대의 모형 전시였다. 무대예술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마술피리부터 시작해 돈 조반니 등의 무대를 축소한 모형들이 가장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전시장에는 축소모형과 더불어 직접 올라간 무대 중 영상자료가 남아 있는 작품들을 접할 수 있는데 암막 커튼을 친, 약 30인치 정도의 모니터가 들어간 개별 부스 안에 들어가서 감상 할 수 있다. 일반 입장권 값이 11유로(2019년 2월말 기준)였는데 그때는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생가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고 당시에 만들어진 다양한 물건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은 충분히 받을만한 금액이라고 생각한다.

 

기념품 가게에서는 고민 끝에 잘츠부르크가 들어간 엽서 하나와 할인 중인 바이올린 모양 마그넷을 샀다.  마지막으로 모차르트의 어린 시절에 대한 전시를 보고서 생가를 나왔다.

 

모차르트 생가 근처 스타벅스

 

내가 전시를 보는 동안 언니는 근처 스타벅스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이나 일본에서도 잘 가지 않았던 스타벅스를 유럽에 가 있는 동안 굉장히 자주 갔다. 스타벅스에 머무르지는 않았지만 내부 인테리어가 예뻐서 사진으로 남겨두었다. 잘츠부르크에 다시 한번 가게 된다면 모차르트 생가도 가보고 이 스타벅스에서 차 한잔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보고 싶다.

 

마침 배가 출출한 시간이라 언니가 잘츠부르크에서 가봤다는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으로 가는 길에서 마주치는 가게의 간판이 참 예뻤다. 유럽이라는 대륙이 오랜 시간 쌓아온 미적 감각을 살려놓은 것만 같았다. 이동하는 동안 액션 카메라로 내가 걷는 길거리를 찍었다. 아쉽게도, 모든 간판을 자세하게 담아내지는 못했다.

 

슈테른브로이. 검색해보니 굉장히 유명한 식당이다.
화장실 가려면 올라가야 했던 2층 뷰
슈테른브로이의 비에너 슈니첼Wiener Schnitzel. 비엔나의 슈니첼이라는 뜻이다.

 

우리가 점심을 먹은 가게는 슈테른브로이(Sternbräu)라는 곳이었다. 언니가 잘츠부르크를 왔을 때 가봤던 식당으로 슈니첼이 특히 맛있다고 했다. 나는 이날 처음으로 칠면조를 튀긴 비에너 슈니첼을 먹었다. 크랜베리 소스에 커틀렛이 된 칠면조를 찍어 먹는 것도 맛있었지만 함께 나온 감자가 너무 맛있어서 슈니첼보다 감자를 더 먼저 먹어버렸다(역시 나는 감자가 너무 좋다).

 

하우스 데어 나투르


점심을 먹고 나서 계산을 마치고 다음 목적지인 하우스 데어 나투르Haus der Natur로 향했다. 오래된 자연사 박물관으로 잘츠부르크에 오면 가고 싶다고 구글맵에 마크해 둔 또 다른 장소였다. 이번에도 언니는 1층에서 대기하고 나 혼자 전시장으로 들어갔다.

 

1층 공룡전시와 아쿠아리움
2층에 있는 도플러관

 

자연사 박물관인만큼 공룡이 살았던 시절에 대한 전시부터 아쿠아리움까지 있었다. 입장료를 한번 지불하면 건물에 있는 모든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곳이다. 처음 입장하면 공룡들과 아쿠아리움이 먼저 나오고 한층한층 올라갈수록 각 층별로 전시내용이 바뀌었다. 전체적인 전시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역시 우주와 도플러에 대한 전시였다.

 

어느 정도의 교육과정을 거친 사람들이라면 도플러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소리를 내는 물체가 가까이 올수록 그 소리가 크게 들리고, 반대면 작게 들린다는 원리(?)를 설명한 도플러 효과(Doppler's Effect)를 떠올릴 것이다. 그 도플러 효과를 생각하면서 도플러가 발견해낸 것들, 그리고 그런 원리를 이용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시설들을 즐겨보았다.

 

전시관 안에서 윗층으로 올라가면 천장에 매달린 우주선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또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 전시관은 우리 우주(Unser Universum)이었다. 태양계부터 시작해 우주와 천문학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천문학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었다. 직접 만져보고 돌려가면서 태양계와 우주의 원리를 체험할 수 있었다.

 

가능한한 모든 전시관을 둘러보고 싶은 마음에 발이 닿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든 들어가서 구경했다. 관람객 수가 그렇게 많지 않아서 거의 나 혼자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았는데 박물관의 구석에서 전시되고 있는 흑마술의 역사와 박제된 곤충들과 동물들을 보면서 괜히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자연사 박물관이다보니 야생동물의 박제가 굉장히 많았는데 처음에는 모형인줄 알았으나 나중에 언니를 만나고 그게 모형이 아니라 실제 박제라는 것을 전해듣고서 소름이 돋았다. 

 

인간과 생명에 대한 전시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작게나마 동성애를 다룬 부분이었다. 나처럼 혼자 여행 온 사람이 아니고서야 보통은 가족단위로 하우스 데어 나투르를 들리는데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이런 것들을 접하면서 자란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대조적인 면에서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우스 데어 나투르는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많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직접 만져보게 하고 이렇게 작용한다는 것을 알려 줄 수 있는 좋은 장소였다. 다만 시설 자체가 오래 되었다 보니 전시물들의 상태도 비슷하게 오래되어 보인다. 오래된 만큼 다양한 콘텐츠가 있다는 점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단점은 역시 보란 듯이 전시해 놓은 동물박제로, 아프리카 부족을 소개하는 코너나 숲속 동물을 소개하는 코너에는 다양한 뿔 달린 사슴류의 머리 박제를 볼 수 있었다.

하우스 데어 나투르에서 두 시간 정도 보내고 문 닫을 즈음에 나와서 언니와 합류했다. 언니 핸드폰이 꺼졌다는 말에 보조 배터리를 빌려 드리고 나는 기념품 가게에 들어갔다. 맘에 드는 물건은 없었지만 펭귄 모양 열쇠고리가 눈에 들어와서 짝꿍에게 선물하기 위해 샀다. 

 

길거리

 

하우스 데어 나투르에서 모차르트 생가에 다시 가서 고슴도치와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 순간-내가 유럽에서 어딜 갈때마다 꼭 했던 행동이다-, 내 물건 중 하나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짝꿍에게 선물 받은 모자를 하우스 데어 나투르에 두고 나온 것이다. 부랴부랴 박물관에 다시 가서 문 닫힌 박물관 창 너머로 모자를 확인하고 지나가는 스태프에게 부탁해 모자를 돌려받았다. 다른 것도 아니고 짝꿍에게 선물 받은 것을 잃어버릴 뻔해서 마음이 크게 철렁거렸다. 무사히 모자를 받고 안심하면서 왔던 길을 돌아갔다. 원래는 언니와 함께 모차르트 생가 근처의 기념품 샵을 가려고 했지만 내가 모차르트 생가 안에서 기념품을 두 개 구매했기에 그 근처 기념품 샵을 둘러보고 이동하기로 했다.

 

빵집이다.

 

극장 개장 전까지는 한 시간 정도, 공연이 시작되기까지는 두 시간 이상 남아 있었다. 무엇을 할까 고민하면서 극장 쪽으로 걷다가 근처에 있는 빵 가게에 자리를 잡았다. 빵 두 종류와 음료수 두 개를 사면서 분명히 합계는 5.40유로라서 5.50유로를 건넸는데 20센트를 거슬러줬다. 얼굴에 물음표를 띄우고 알바생을 쳐다봤는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당황스러운 나머지 언니에게 그 이야기를 하니 네가 예뻐서 그랬나보다는 농담을 들었다…(…)  뭐 덕분에 10센트라는 여유가 생겼다(?). Backwerk 라는 빵집에 두 자리 꿰차고 앉아서 해가 저무는 잘츠부르크를 구경하기도 하고 짝꿍에게 보낼 셀카를 찍기도 했다.

 

잘츠부르크의 밤

 

18시 30분쯤 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해는 완전히 저물었고 뜨거웠던 낮보다 쌀쌀해졌다. 차가운 공기를 만끽하며 다리를 건너다가, 다리 너머로 보이는 건너편 풍경이 예뻐서 사진을 찍었다. 셀카도 찍고 언니의 도움을 받아 개인 사진도 찍고 아무튼 남는 건 사진뿐이란 생각이었다.

 

밤의 잘츠부르크 주립 극장
극장 로비

 

극장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꽤 와 있었다. 다들 정장에 원피스에 구두에, 굉장히 포멀한 복장이라 아주 살짝 캐주얼하게 입고 온 자신이 부끄러워질 정도였다. 연령층이 상당히 높은 편이었는데 기억하기로는 40~70대사이인 것 같았다. 백발이 희끗희끗한 어르신들이 많았다. 유럽에서는 극장이나 박물관 같은 곳에 들어가기 전에 입고 있는 옷이나 가방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어서 극장 입구 양옆의 갓길에 있는 가드 로브에 1유로를 내고 코트와 모자, 가방을 맡기고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 참고로 아래부터 내가 찍은 극장 내부 사진은 모두 허가 받은 촬영임을 명시함.

 

우리가 앉았던 자리!
극장 내부 천장

 

1층 왼쪽 구석 편에 자리를 잡아뒀는데 조금 일찍 온 편이라 한산했다. 들어가기 전, 안내원에게 들었던 ‘내부가 정말 아름다워요‘라는 말이 이해가 갈 만큼 천장부터 시작해 객석까지 눈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화려했다. 특히 잊을 수 없는 것은 천장의 그림으로, 일본에서 오페라 글래스를 가지고 오지 않은 점이 후회스러웠다.

 

오케스트라 핏


공연이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서 극장 안을 찍거나 오케스트라 핏을 구경하며 사진을 찍었다. 객석에 점점 사람이 차기 시작했고 1층의 대부분의 사람이 백발에 정장 차림이라는 점에서 언니와 나는 우리가 자리를 잘못 잡은 건 아닌가 싶었다. 위층을 보니, 부스석을 제외하고 바로 그 위에 있는 좌석은 캐주얼 복장의 젊은 사람들이 많았다. 극장이 작아서 굳이 1층에서 보지 않아도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우린 극장 안에 있었다. 그래도 공연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점은 좋았다.

 

Wiener Blut 비엔나의 피, 즉 비엔나(오스트리아인)사람들의 국뽕(...?) 오페레타라고 보면 된다.


공연이 시작되고 나서는 막과 무대가 어떻게 활용되고 가수 겸 배우들은 어떨까 하는 기대감에 가득 찼다. 오페레타라는 장르답게 너나 할 것 없이 노래는 환상이었다. 유일한 문제는 전부 독일어였다는 점. 알고 온 사실이었지만 생각보다 장벽이 높았다. 자막이 제공되어서 독일어를 어느 정도 할 줄 아는 언니는 아마 조금은 알아들으며 봤겠지만 나는 하나도 못 알아들으면서 봤다. 언어는 몰라도 배우들의 연기가 정말 좋아서 어떤 캐릭터인지 알 수 있었다는 점은 좋았다.

 

아쉬운 것은, 잘츠부르크에서 뮌헨으로 갈 수 있는 차가 23시밖에 없다는 점과 공연 내내 갑자기 찾아온 공황이었다. 극을 보는 내내 몸 구석구석이 간지러운데 긁는다고 해서 해결되는 간지러움이 아니었고 숨이 잘 안 쉬어져서 너무 힘들었다. 맘 같아서는 극장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까 봐 차마 그럴 수 없었다. 1막이 끝나고 나서 극장 밖으로 나가서야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2막이 1시간 정도 진행된다고 들었고 차 시간도 애매하고 내 상태도 나빠져서 결국 1막만 보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공연을 같이 봐주기로 한 언니에게 너무 죄송한 마음이었다.

 

주말 시간표와 평일 시간표가 달라서 아쉬웠다


22시쯤에도 차가 있는 것 같았으나 주말에만 운행하는 차라는 사실을 알고나서 23시 차를 기다리기로 했다. 근처에 있는 슈퍼에서 콜라를 살까 하다 파인애플 바나나 주스를 하나 샀다. 대기실에서 23시 차를 기다리다가 어떤 아저씨가 대기실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콧물을 흘리며 자는 걸, 역무원인지 경찰인지 아무튼 사람들이 어떻게든 깨우려고 하는 모습을 보았다. 역시 사람 사는 곳 어디나 똑같다는 생각을 했다. 22시 50분쯤에 위층으로 올라가 기차를 기다렸고 자리를 잡은 뒤 뮌헨으로 향했다. 여러 가지로 즐겁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했던 잘츠부르크였다.

 


 

잘츠부르크 일정이 당일치기였던 점이 참 아쉽다. 1박 2일로 다녀왔으면 공연도 다 보고 다음날 여유롭게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텐데 말이다. 아쉬움이 남은만큼 잘츠부르크도 꼭 다시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다. 다시 가게 되면, 이번에는 소금의 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소금도 이것저것 맛보고 그와 관련된 것들도 구경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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