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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디아스포라전 1. 연극 『용비어천가 (국립극단 백장극장)』

과거의 흔적/후기

by mizu-umi 2020. 3. 9.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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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용비어천가

연출 오동식

작가 영진 리

2017년 6월 4일, 11일 관극

 

한국을 뜨기 전에 최대한 많이, 다양한 작품을 접하자! 라는 마음이 강해서 국립극단 작품은 꼭 다보자고 생각하고 있었던 찰나 너무 좋은 기획이란 생각에 6월말까지 꼭 두번씩은 보았던 국립극단의 한민족디아스포라전의 스타트를 끊었던 작품. 완전 첫공과 완전 막공을 봤다. 호불호가 상당히 갈리는 작품이었는데 어느 쪽이었냐고 묻는다면, 매우 '호好'였다.

 

왜 제목이 용비어천가인지에 대해서는 막공 시작하기 전 잠시 나오셨던 연출님의 소개로 알 수 있었는데, 작가인 영진 리가 극본을 쓸 적에 백인들에게 아시아인 다운 작품을 만들어봐 라는 압박을 받았고 그에 너무 싫증이 난 나머지 엿먹으란 의미로(^!^) 내용과는 전혀 무관한, 무슨 동화나 전설 이야기로나 느껴질법한 용비어천가로 지었다는 거다. 하긴, 한자로 된 용비어천가라는 말은 딱딱하게 들리지만 Songs of the Dragons Flying to Heaven, 즉 천국을 향해 날아가는 용의 노래라는 말은 딱 봐도 아시아에 대한 환상을 가진(참고로, 이건 명백한 인종차별 중 하나다) 백인들의 이목을 끌기엔 충분할 것 같긴 하다. 내용에 대해선 일절 아는 것 없이 공연을 보러갔던 백인 관객들은 무대 위로 재생되던 작가 영진이 준비한 깜.짝.영.상☆을 보고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상상이 안간다 ^!^

원작을 접한게 아니다보니 본극과 원작의 내용이 같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지금와서 되돌아보면 각색이 많이 되었던 것 같다. 백인 관객을 타게팅한 작품치고 한국인 관객을 뜨끔하게 만드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보고 나서 불쾌하다 느낀 사람도 많았겠지. 그 반면, 나는 매우 후련한 기분이었다. 백인들의 인종차별이야 워낙 어려서부터 뉴스와 책으로부터 꾸준히 접해왔기 때문에 '아 그렇구나'하고 넘길 수 있지만 난 한국 사람이 다른 나라 사람을 향해 하는 차별을 워낙 많이 봤다보니, 그들을 신랄하게 비꼬는 본 극이 싫을 이유가 없었다. 후에 막공을 같이 본 D양의 말처럼, 백인들이 우월감에서 하는 차별과 달리 한국인들은 단일민족이라는 이유로 하는 차별이 매우 강해서 외국인을 아니꼽게 보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게 본인이 외국인인 입장인 곳에서도 빈번히 벌어지는 현상이라, 필리핀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내 입장에선 공감 100배, 아니 100만배가 아닐 수가 없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한국기독교에 대해서 비판하는 부분으로 나도 기독교인이지만 아니 공감할 수 없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기억을 꺼내서 그날의 감정과 함께 재생하고 싶을 정도. 이외에도 실소가 터지는 장면들이 많았는데, 배우님들의 연기와 연출의 재치가 더해져서 훨씬 살아있는 극이 되었던 것 같다.

 

후에 영진이 미국에서 이 작품을 재연하게 된다면, 미국에서도 꼭 한번 접해보고 싶다. 당황스러워 하면서도 웃어 넘기는 백인들의 반응을 즐기며 볼만하지 않을까 싶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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