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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 (20170531,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과거의 흔적/후기

by mizu-umi 2020. 3. 6.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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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8

연극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

연출 박근형

2017년 5월 31일 관극

 

경숙이 경숙이 아버지를 롱런 시킨, 극단 골목길의 박근형 연출님의 작품이라길래 고민고민하다가 막공 나흘 전에서야 비로소 보게 되었던 작품. 무슨 내용일지 감이 잡히지 않는 극이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걸 느끼고 왔다. 글을 쓴다고 해놓고 벌써 몇달 째 보류를 시켰다보니 공연을 본지 벌써 4개월 이상 지난 상태라 구체적인 것을 상술할 수는 없지만 유일하게 기억하는 것은 올해 처음으로 내가 울었던 연극이라는 점이다. 제목, 스토리만 봐도 신파극일 게 빤히 보이는 작품이었으나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눈물이 터져나와서는 극이 끝날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작품은 군인과 관련된 네가지 사건들을 교차해서 서술하며 진행된다. 탈영병을 수색하려다가 도리어 탈영하게 되는 현재의 군인, 2004년 이라크의 민간 군인, 카미카제, 그리고 천안함 사건. 전혀 다른 공간과 시간을 오가는 와중에도 자연스럽게 극이 이어졌던 건 연출의 힘이 컸다고 생각한다. 왜 박근형이라는 이름 석자가 그렇게 칭송받는지를 십분 이해하게 만들었던 극.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다양한 사건이 교차되는 와중에도 각자의 기승전결이 매우 뚜렷했다.

 

이야기의 흐름과 그 속의 감정을 타기 시작하다보니 각 이야기의 절정이 시작되는 부분에서 눈물이 터지기 시작했다.  특히 내 심금을 울렸던 것은 천안함과 이라크 사건.

 

다른 사건들과는 달리 천안함 부분은 누군가의 심문과 독백으로 진행되고 두번째로 등장하는 장면에서 같은 대사가 반복되는 데 연출의 의도를 알았던 순간부터 눈물이 주룩주룩이었다. 그때의 그 벅찬 슬픔. 내가 열지 않은 수도꼭지가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터진것마냥 쉼없이 흘렀다. 엉엉 울고 싶은 것을 꾹 참으며 보다보니 숨소리가 거칠어지기도 했다. 뒤이어서 나오는 이라크 장면에서도 여전히 울고 있었는데 내 눈물샘을 자극했던건 자신의 아이를 잃었던 사건을 무덤덤하게 말하는 이라크의 여자 민간 군인의 대사였다. 정말 스치듯 하던 대사였는데 다시 눈물이 터져서 계속 울었다.

 

이외에 깊은 인상을 받았던 건 그 장면에서 남자를 참수하기로 결정한 그 여인의 대사였다. 그에게는 죄가 없지만 우리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참 슬픈 변명. 

 

과연 누가 피해자인걸까.

 

이미 인정을 받은 작품이 재연되는 거라는 사실은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지방 공연까지 갈 정도인거 보면 후에 또 재연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긴다. 이런 작품은 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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