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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디아스포라전 3. 연극 『가지 (국립극단 백장극장)』

과거의 흔적/후기

by mizu-umi 2020. 3. 9.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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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8

 

연극 가지

연출 정승현

작가 줄리아 조

2017년 6월 22일, 28일, 7월 2일 관극

 

배우들의 연기도 각본도 어딘가 부족한 듯 보였음에도 좋은 인상을 남겼던, 나로써는 참 이상했던 극. 누군가에게 후기를 전하며 '몽글몽글한 기분이 들었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딱 그 정도였다.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경험해본 적이 있는 입장이다보니 혹시나 보다가 너무 울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앞섰으나 생각보다 유쾌하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극이었다. 조금씩 다가오는 아버지의 죽음, 그것을 준비하는 아들. 죽음은 정해져있고 시간은 짧다. 그 속에서 여러가지 사건들이 일어나고 그를 통해 아들은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여 간다. 

 

기대가 컸던건지 생각보다 그렇게 감동이 있진 않았지만 마지막 장면이 주는 여운은 이 작품을 재차 보고 싶게 만들었다.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작가의 생각인데 아마 작가는 '누군가를 추억하는 가장 빠른 매개체는 음식이다'라는 말이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게 참 와닿았던 게, 이걸 처음 본 날 내 곁에는 없는 그 사람이 해줬던 음식과 먹어보지 못했던 음식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아직 초등학생이었던 내가 먹고 싶다니까 다이제를 여러개 사서 으깨가지고 만들어줬던 고구마 케이크의 맛. 솔직히 맛은 그냥 고구마에 다이제 들어간 맛이었는데 그 묘한 식감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어서 종종 그게 먹고 싶곤 했다. 먹어보지 못했던 건 그 사람의 특기였던 갈비찜으로, 한번 먹어본 적은 있으나 그건 실패작이었다... 제대로 만들었을 때의 갈비찜은 먹어본적이 없어서 참 먹어보고 싶다. 물론, 이제는 먹을 수 없는 것들이지만.

 

집에 오고 나서는 가족들 한사람 한사람을 떠올리며, 만약 다들 내 곁을 떠난다면 무슨 음식이 그 사람을 떠올리게 할까, 라는 생각을 해봤다. 아빠는 아빠 특유의 볶음밥, 엄마는 내게 해준 적 없던 김밥, 큰언니는 새로운 음식 세계에 눈뜨게 해준 간장떡볶이. 작은 언니는 서술했으니 패스. 암튼, 저마다 사연을 담고 있는 음식들이다.

 

 

내가 느꼈던 부족함들을 떠나서 참 좋았던 건 조명과 음향을 활용한 연출이었는데 연극인 듯 영화인 듯 뭔가 경계선이 불분명해진 것 같았다. 극을 이끌어가기엔 좀 부족한 연출이긴 했지만 조명 탓에 어느정도 만족스러웠다. 앞선 작품들이 하나는 너무 신랄하고 다른 하나는 너무 무거워서 숨을 못쉴 것 같았던 사람들의 숨통을 뚫어준 작품이기에 나처럼 혹평 아닌 혹평을 하는 사람들은 적은 것 같지만, 재연을 하게 된다면 좀 더 보완이 되어서 상연되었으면 좋겠다.

 


2023년의 추신 - 2018년에 재연했을 때도 보러갔었다. 아주 조금 바뀌어 있었는데 그래도 재밌게 본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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