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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노시마향설미술관中之島香雪美術館 기획전『수리 이후에 에토세토라 修理の後にエトセトラ』

감상/기타 문화예술

by mizu-umi 2023. 5. 20.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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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있는 동안 없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진행하는 기획전을 다녀보기로 했다. 노션으로 전시장과 전시회 데이터베이스를 각각 만든 다음, 캘린더 보기를 하나 만들어 가장 가까운 시일 내에 끝나는 전시를 확인했다. 원래는 교토국립박물관에서 진행하는 신란전을 먼저 가볼 예정이었으나 몸상태가 영 좋지 않아서 포기하고, 비슷한 시기에 끝나는 향설미술관 전시를 선택했다.
 


 

📍 나카노시마향설미술관 中之島香雪美術館

https://www.kosetsu-museum.or.jp/nakanoshima/about/

 
나카노시마향설미술관은 요츠바시四ツ橋선 히고바시肥後橋역 4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있는 페스티벌 시티 건물 4층에 위치한 미술관이다. 향설이라는 이름은 아사히신문사의 창립자인 "무라야마 료헤이 村山龍平"의 호号인 "향설 香雪"에서 따온 것으로, 향설미술관은 1973년에 무라야마가 평생에 걸쳐 수집한 일본과 동양 전통 예술 소장품을 전시하는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본관은 고베에 있으며 나카노시마에 있는 향설미술관은 2018년에 개관한 별관이다.
 

https://www.nakanoshima-style.com/overview

 
나카노시마는 "중앙의 섬"이라는 이름 그대로 내륙 안의 섬이다. 오사카의 중심지인 우메다로 진입하는 길 위에 있으며, 아주 오래 전부터 중요한 건물들이 많이 세워진 곳이기도 하다. 대략적인 역사는 향설미술관에서 진행하는 상설 전시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수리 이후에 에토세토라 修理のあとにエトセトラ


 

* 제목의 에토세토라는 etc를 의미한다. et ceteras.


히고바시역에서 3,4번 출구가 가까운 개찰로 나오면 향설미술관에서 진행중인 전시가 바로 보였다. 향설미술관을 가고자 한다면 3,4번 출구 쪽으로 나와서 계속 걸어가면 된다.
 
히고바시역에 내리고 나서야 미술관 위치가 어딘지 찾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어떤 할아버지가 말을 걸어오시더니 나에게 나카노시마국제미술관 치라시를 보여주면서 위치를 물어보셨다(ㅋㅋㅋ) 국제미술관에서는 5월 21일까지 피카소 전이 진행중이라 그 전시를 보러 오신 것 같았다. 마침 나도 향설미술관 가는 길이라고 말씀드리고 함께 표지판을 찾으러 갔다.
 

 
엘리베이터로 4층까지 올라가면 향설미술관과 나카노시마 회관이 있다. 넓고 쾌적해서 관람이 끝나고 나면 벤치에 앉아서 쉬었다 가기 좋은 공간이었다.
 

 
미술관 들어가기 전에 남긴 벽면☺️ 미술관 내부에서는 음식물 반입이나 큰 물건을 들고 전시를 관람하는 것은 불가능하여, 로비에 있는 로커에 짐을 맡겨야 한다. 참고로 로비 스태프 중 한 분이 한국어가 가능한 일본분이라 한국인 스태프들은 맘편히 가도 괜찮을듯...! 내부 전시는 "스마트폰으로만" 촬영이 가능하다.
 

 
티켓이 너무 예뻤다 ☺️
 

 
도표로 보는 향설 미술관 사업의 역사. 1973년에 고베에 개관해서 2013년부터 수리 및 복원 작업에 착수, 2018년에 나카노시마에 별관을 개관하고 또 어떤 작품을 소장하게 되었는지 등에 대해서 간략하게 잘 설명되어 있었다.
 



제1장 종이에 쓰여진 글과 그림


 
총 5개의 구역으로 나뉜 전시였는데 첫번째 전시는 글과 그림을 복원한 작업에 대한 공간이었다. 이 공간에서 소개한 그림은 글과 그림이 함께 그려진 에마키(絵巻、두루마리 그림)와 병풍으로, 오로지 회화의 영역에 있는 작품은 다른 구역에서 소개했다.

좌: 전체 본, 우: 글만 찍은 사진

 
반야심경般若心境. 아직 수복작업에 들어가지 않았던가 하는 중이라고 했던가... 조금 가물가물하다. 아무튼 아직 종이의 상태가 쭈글쭈글하고 옆에 그려진 그림이 흐릿한 상태인 걸 보면 작업이 완료되지 않은 건 확실하다. 검은 종이 위에 정갈하게 쓰여진 금색 글씨가 아름다웠다. 보색은 현재의 개념이지만 옛 사람들도 잘 활용한 거 보면 아직은 현대인들이 선조들을 따라가려면 멀었다는 생각도 든다.
 

좌: 수리 전, 우: 수리 후

 
과거현재인과경過去現在因果経 제5권.  이미 복원이 완료된 작품이었는데, 복원 이전에는 굉장히 쭈그러든 상태였다.
 

타토우의 상자

 
이건 타토우바코(タトウの箱、畳箱)라는 것으로 액자나 도면을 넣기 위해 제작되는 상자이다. 사진은 앞서 소개한 과거현재인과경의 복원을 위해 새로이 제작한 타토우바코인데, 이 책을 복원하기 전에 우선 저 타토우바코를 복원하는 작업부터 했다고 한다. 그만큼 에마키(두루마리 그림)에는 타토우바코가 중요한 것 같다.
 

아게다타미본산쥬록카센에 사루마루 다유우

 
아게다타미본산쥬록카센에 사루마루다유우上畳本三十六歌仙絵猿丸太夫. 작품 명을 파헤쳐 보면
 

  • 아게다타미본上畳本 : 위로 접어서 보관하는 책. 아게다타미의 '다타미'는 우리가 흔히 아는 다다미와 같은 말이다.
  • 산쥬록카센三十六歌仙 : 36명의 가선(歌仙). 와카(和歌, 한자는 일본의 노래라는 뜻이지만 정확히는 일본 전통 시를 얘기함)를 만들던 36명의 가인(歌人)들을 말한다.
  • 에絵 : 그림이라는 뜻으로  여기서는 36명의 가인들을 그린 그림이다.
  • 사루마루 다유우猿丸太夫 : 그림 속에 그려진 가인을 의미한다. 바로 옆에 쓰인 글은 사루마루 다유우가 쓴 우타(歌)이다. 


가인 사루마루 다유우를 그린 그림으로, 수리 전 상태를 보면 굉장히 더럽다. 종이가 노랗게 바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 위가 더러워진 것을 잘 처리해서 매우 깔끔하게 복원했다.
 

 
이건 복원 상태보다 글씨체가 인상적이었다. 작품명을 깜박하고 안 찍어서 뭐였는지는 모른다...ㅎ,,ㅎ

호리에 모노가타리 에마키


호리에모노가타리에마키堀江物語絵巻 3권. 호리에 이야기 그림 두루마리로, 원래 총 20권이었으나 향설미술관에는 3권만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호리에 이야기는 동북호족간의 분쟁을 무대로 호리에씨족의 부흥을 다룬 이야기다. 수리 전에는 작품을 펼치면 원본에 바로 손이 닿는 등 원본 그림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어서 종이를 덧대어 복원했다고 한다.
 

 

인물의 의복 속 무늬 하나하나가 굉장히 화려하고 섬세하다. 17세기에 그려진 작품인데도 보관을 잘해서 그런지 색감이나 선들이 잘 살아있다. 

 

 

이건 호리에 에마키의 구표구(表具)로, 그림의 뒷면에 붙여놓았던 종이에 해당된다. 사진을 잘 줌인해서 보면, 두루마리를 지탱하는 기둥에 문양이 그려진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작품의 요소 하나하나가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류쿄스이샤즈 병풍

 

류쿄스이샤즈병풍柳橋水車図屏風. 16~17세기 사이에 그려진 병풍으로, 류는 버드나무, 쿄는 다리, 스이샤는 물수레, 즈는 그림을 의마한다. 색감이 죽어 있어서 그 위엄은 덜 했지만, 실제로 이런 병풍을 뒤로 하고 그 앞에 앉아 있었다면 세상 모든 걸 가진 기분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이외에도 여러 서책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 중 벌레 파먹은 자리(ㅋㅋ)가 인상적이었던 소장품.

 



제2장 나무로 새긴 불仏과 신神


* 영어 제목을 따라 해석하자면 "나무로 새긴 불교와 신도(神道)"라는 말이 어울릴 것 같다.

 

두번째 구역은 목조를 다루었다. 고대부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조각상의 주요 주제는 종교와 권력이다. 양은 적었지만 오래된 목조상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약사여래입상

 

약사여래입상薬師如来立像. 약사여래는 이름 그대로 병을 고쳐주는 약사의 상징인 여래로, "동방의 정유리세계에 있으면서 모든 중생의 질병을 치료하고 재앙을 소멸시키며, 부처의 원만행을 닦는 이로 하여금 깨달음을 얻게 하는 부처"라고 한다(*). 기원후 9세기에 제작된 것인데 약간의 손상을 제외하고는 굉장히 온건한 상태여서 인상적이었다. 과거에는 받침대만으로 서 있을 수 있는 조각상이었으나 현재는 받침대 없이 서 있을 수 없는 관계로 아래에 지지대를 만들어 조각상을 꽂아서 세운게 지금의 모습이다.

 

*출처: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35327

 

성덕태자상

 

성덕태자상聖徳太子像. 성덕태자 혹은 쇼토쿠태자는 일본 아스카시대(남쪽에 위치한 나라현이 일본의 중심이 되던 고대)의 정치가인자 종교사상가로, 정치체계를 수립하고 일본에 불교를 널리 보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조각상은 쇼토쿠태자의 전승 중 2살밖에 안 된 쇼토쿠 태자가 하늘을 보고 합장을 했다는 전승을 토대로 만들어진 목상이다.

 

처음 이 목상을 본 순간 동자승을 형상화한 것처럼 보였다. 옆에 놓인 설명을 읽으면서 목상의 모티브가 2살인 쇼토쿠 태자라는 말을 보고서 이런 오래된 조각상에서도 이 형상이 무엇을 나타내는지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신기하다고 느꼈다.

 

 

다음 장소로 넘어가서 본 디지털 아카이브인데, 매 그림이 너무 아름다워서 사진으로 남겨봤다.

 


 


제3장 캔버스에 그려진 그림


 

이번에는 동양화가 아닌 서양화 소장품들이 소개된 곳이었다. 수리가 끝난 작품들만 소개하는 전시라 총 세개만 전시되어 있었다.

 

석류II
석류I

 

위의 두 작품 모두 일본의 서양화가 카와구치 키가이川口 軌外의 작품이다. 첫번째 작품은 확대한 부분이 구멍이 나 있는 걸 메꾼 것이고 두번째 작품은 확대한 부분이 울어 있는 걸 평평하게 만든 것이다. 이런 유채화도 복원 작업이 이루어진다는 게 흥미로웠다.

 


 


제4장 비단에 그려진 그림


 

말 그대로 비단 위에 그려진 그림들을 복원해서 전시한 구역으로, 규모가 크고 고급적인 작품들이 많았다.

 

비사문천

 

비사문천毘沙門天. 비사문천은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사천왕이란 말의 유래인 불교의 문지기 '사대천왕' 중 하나로 이 작품은 아직 수리에 들어가기 전이었다. 적외선으로 투사한 흑백 그림이 복원 이후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쭈글쭈글하고 검게 바래버린 그림이 어떻게 되살아날지 매우 궁금하다.

 

 

일자금륜상一字金輪像. 알아본 바에 의하면 "일자금륜은 일자정륜왕, 금륜불정 등으로도 불리며 여러 보살들의 공덕을 대표하는 존상이다. 진언 밀교에서는 비불(秘佛)로 여겨지며, 재난을 없애고 장수를 기원하는 일자금륜법은 예로부터 도지 절의 으뜸가는 승려인 조자(長者) 이외의 사람은 수행하는 것이 금지된 비법이었다"(*)고 한다. 일자금륜상이라고 구글링해 봤을 때 국내 또는 중국에서 그려진 작품이 나오지 않는 걸 보면 일본에서 자주 그려진 주제였던 것 같다.

 

* 출처: https://emuseum.nich.go.jp/detail?langId=ko&webView=&content_base_id=100308&content_part_id=000&content_pict_id=0 

 

 

수리 전에 파열이 많은 등 굉장히 헤져 있는 작품이었다. 수리 작업을 거치니 말끔한 부처님의 모습이 드러났는데, 굉장히 화려하고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금강계팔십일존만다라

 

금강계팔십일존만다라金剛界八十一尊曼荼羅. 금강계는 대승불교의 분야 중 하나인 밀교의 이대 법문(二大法門) 중 하나로, 금강계 만다라는 대일여래 이하 금강계 37존을 기본구성요소로 하는 보문(普門) 만다라이며 보통 9종의 만다라를 한 그림에 그린 금강계구회만다라(金剛界九會曼茶羅)를 가리킨다. 이론적으로는 87존을 포함시켜 그리며 주로 81존만을 그림으로 남기는 81존 만다라가 대표적이라고 한다.

 

* 출처: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59259&cid=42635&categoryId=42635 

 

 

이 작품에서 인상깊었던 건 81존들 테두리 사이사이에 그려진 작은 부처들이었다. 81존을 제외하고 대략 수백명의 부처들이 그려져 있는 그림이다. 작품이 만들어졌던 시기에 깨끗하고 선명한 상태로 마주했다면 그림으로부터 나오는 숭배적인 아우라에 압도되었을 것 같다.

 

애염명왕상

 

애염명왕상愛染明王像. 애염명왕은 금강계의 최고위에 존재하는 명왕으로, 애염왕이라고도 불린다. 두상에는 사자의 관을 쓰고 눈은 세개, 팔은 6개에 붉은 피부를 가지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굉장히 강렬한 색채의 그림인데, 이 작품도 마찬가지로 일본에서 사랑받은 주제 중 하로 보인다.

 

성덕태자회전 (좌: 본품, 우: 구 표구)

 

성덕태자회전聖徳太子絵伝. 앞서 소개한 성덕태자의 연대기를 그린 전기 그림으로, 훼손상태가 굉장히 심한 작품이어서 내용물은 거의 알아보기 힘들다. 우측의 표구 상태만 봐도 알 수 있듯, 불에 탄 흔적이나 벌레 먹은 자국이 굉장히 많다.

 

혼시잔펜

 

이건 전시 구역과 별개로 한 구석에 전시되어 있던 건데 혼시잔펜本紙残片(본지잔편)이라고 해서 직물 위에 소장품 기록을 남기려고 쓴 것으로 보이는 기록물이었다. 조금 더 찾아보니 어디의 어느 작품인지 알 수가 없다고.

 

미인하자도

 

미인하자도美人夏姿図. 수리 및 복원 작업이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는 작품이었는데, 여러겹으로 겹쳐있는 종이를 떼어낸 다음 후면을 닦거나 새로 칠함으로써 전면을 수리하는 방식으로 고친 그림이었다.

 

 

지금 당장 그린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선명하고 깔끔했던 작품. 왼쪽에 날고 있는 곤충들이 나비라는 건 방금에서야 알았다...ㅎ,,ㅎ

 


 


제5장 금속과 옻칠 공예품


 

마지막은 공예품 복원을 다루는 구역이었다. 이 코너는 작품이 많지 않기도 했고 그림만큼 큰 특징을 발견하기 어려웠던 부분이 있어서 그냥 사진만 남겨본다.

 

 


 

전시회를 보러 가서 이렇게까지 집중하고 관심을 가졌던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하나하나 자세하게 보고 읽으면서 즐겼다. 이전에 교수님 혜택으로(?) 미켈란젤로의 그 유명한 천장화 복원 작업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그때도 지금도 느끼는 거지만 오래된 것을 보존하고 복원하는 작업은 참 훌륭하고 위대한 일이다. 다음 전시는 일본 미술사에서 인기가 많았던 카라에(唐絵)를 다룬다고 해서 다음 전시도 가볼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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