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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프롬(The Prom, 2020)』

감상/영화

by mizu-umi 2020. 12. 2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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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있음

 

넷플릭스에 얼른 개봉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영화! 바보 같이 알아보면 될 것을 공개 날짜를 자세하게 알아보지 않아 언제 올라오는 거냐며 마냥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새부턴가 이곳저곳에서 더프롬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더라^^; 영화 한 편을 볼 때 소모하는 체력이 많아서 웬만큼 여유가 있지 않으면 아무리 관심이 있어도 보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놓친 영화들이 수두룩 한데 더프롬도 어쩌면 그 이유 때문에 무기한 시청 지연 현상(?)이 일어날 뻔했다. 다행히 마침 마음이 좀 편했던 지난 수요일 밤, 아빠와 저녁을 먹으면서 뭔가 볼까 하다가 더프롬을 함께 보게 되었다.

 

내가 유독 이 영화를 보고 싶어했던 이유 중 하나는 '레즈비언 아이가 프롬에 여자 친구를 데려오려다가'라는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권에 대한 영화임과 동시에 뮤지컬 영화이기까지 하니 내 취향을 저격하다 못해 뚫어버렸다. 솔직히 이런 소재 때문에 아빠와 함께 보는 게 매우 망설여졌음에도 아빠는 오로지 '메릴 스트립이 나오면 믿고 볼 수 있는 영화다'라는 공식이 있다며 같이 보겠다고 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프롬은 [주로 미국과 캐나다의 고등학교 학년 마지막으로 열리는 공식적인 댄스 파티]라고 한다. 주로 미국과 캐나다라고 쓰여있어서 두군데에서만 프롬을 하는 줄 알겠지만 미국영향을 받은 나라라면 아시아권이어도 프롬을 한다. 내가 필리핀에서 다녔던 학교에서도 프롬을 했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

 

내가 학교를 다니던 당시의 필리핀은 K-10이라고 해서 미국으로 치면 주니어 하이스쿨 기간이 빠진 학년제가 메인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우리 학교는 주니어 학년인 9학년과 시니어 학년인 10학년이 프롬에 함께 참가하는 시스템이었는데 파트너는 학교가 정해줬다. 3학년 전체 반에서 남학생을 1번부터 마지막번까지 줄 세우고 4학년 전체 반에서 여학생을 1번부터 마지막까지 줄 세워서 남학생이 4학년이면 여학생이 3학년, 여학생이 4학년이면 남학생이 3학년 파트너를 갖게 되는 방식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파트너 없이 참석하는 사람을 없게 하기 위한 나름 합리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프롬에서 파트너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권을 빼앗아 버렸으니 어쩌면 불만을 가진 친구들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파트너를 학교에서 정해줘버리니 벌어지는 불상사는 파트너가 아예 프롬에 참석하지 않거나 파트너가 둘이 되어버리는 일이다. 나는 3학년 때는 전자를, 4학년 때는 후자를 경험했다. 3학년 때는 첫 프롬인데다가 규칙상 선물도 준비해야해서 선물까지 챙겨왔는데 파트너가 없어서 생각보다 울적했다. 어떤 사람인지는 몰라도 나랑 파트너 된게 그렇게 싫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One thing universal, Life's no dress rehearsal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끌리었던 것은 프롬의 핵심 인물인 에마와 그런 에마를 누구보다 지지해주는 배리였다. 이미 한물 가버린 스타인 디디나 코러스 걸인 앤지보다는 정체성과 싸우면서 사람을 잃기도 하고 얻기도 하는 두 사람의 서사에 마음이 끌렸다. 극 중에서 에마가 경험하는 상황은 내가 겪은 것들과 매우 다르다. 청소년기의 나는 학교에서 하라는 대로 하는 모범생이었고 스스로의 정체성에 혼란이 오면서도 세상이 하라는 대로 살고 있었다. 그렇게까지 엄격하진 않았지만 알리사와 비슷한 상황이었다고 볼수도 있다. 에마는 부모님에게 쫓겨나면서도 자신의 길을 택했고 프롬이 취소되어 모두에게 따돌림을 받는 상황에도 쓰러지지 않았다. 그때의 나도 에마처럼 스스로에게 더 확신을 가졌으면 지금과 달랐을까. 어렴풋이 생각했다.

 

내용을 자세하게 알아보지 않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기에 영화 시작하고 1시간 즘에 배리의 도움을 받아 옷도 사고 화장도 하는 에마의 모습을 보면서 '프롬 가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닌가보네?'싶었다.  여자친구 알리사를 믿으며 모든 불안을 버텨내고 있던 에마가 모두에게 속아 홀로 체육관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찢어졌다.

 

청소년기에 프롬을 경험했지만 그때는 더프롬에서 에마에게 펼쳐지는 상황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여자친구와 함께 프롬을 참가하기 위해 싸우는 에마를 보며 프롬이 확실히 LGBTQ인 청소년들에게 불합리한 시스템이라는 것을 알았다. 남녀가 짝을 지어야만 하는 댄스파티라니, 얼마나 불공평한가. 따라서 마지막에 모두를 위한 Universal Prom이 열리는 모습이 뭉클했고 저게 바로 앞으로의 프롬, 그러니까 앞으로의 교육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좋은 음악과 화려한 출연진, 그리고 당장이라도 함께 춤추고 싶게 만드는 연출에서는 Thumbs Up!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은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특별하지만 특별하지 않기를 바라는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로서 군더더기 없는 전개와 결말이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이유는 이 영화에서 어른들은 도울 뿐이고 청소년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TV에 출연하는 것으로 해결하자는 디디와 배리의 의견이 아닌,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결하고 싶다는 에마의 의견이 존중받았으니까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넘버

 

Just Breathe

 

Dance With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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